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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먹튀男 용서한 노부부 "불쌍한 사람…그런 짓하면 못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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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암대 근처 한 식당에서 계산하지 않고 식당을 떠난 남성의 CCTV모습. 사진 보배드림 캡처

순천 청암대 근처 한 식당에서 계산하지 않고 식당을 떠난 남성의 CCTV모습. 사진 보배드림 캡처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삼겹살 3인분을 먹은 뒤 계산하지 않고 사라진 남성을 찾는 글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는 돈을 내지 않고 간 남성을 용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노부부는 “없는 사람, 불쌍한 사람 도와줬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본인이 기사를 보고 더 이상 그런 짓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것만 바랄 뿐”이라며 “젊은 사람이 계속 그런 짓을 하면 못쓴다. 좋은 길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부부의 이런 사연은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순천 청암대 근처 식당 먹튀…부모님 식당에서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자녀가 글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글쓴이 A씨는 “70대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아직 힘이 있으니 조금씩 일하겠다고 살면서 시작한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CCTV 영상과 사연을 공개했다.

A씨는 “부모님이 나이도 있긴 하시지만, 워낙 젊은 친구들 밥 먹이는 걸 좋아하셨다”며 “집에서 밥 먹인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20일 오전 9시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홀로 이 식당에 방문했다. 영업시간 전이었지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들어와 밥을 먹겠다고 하자 노부부는 ‘손주 같은 마음’에 주문을 받아줬다.

이 남성은 이른 시간부터 삼겹살 3인분과 공깃밥, 음료수까지 주문해 먹었다. 노부부는 의아했지만 ‘배가 아주 고픈가 보다’라는 생각에 상을 차려줬다. 이후 남성은 김치찌개를 추가 주문했다. 노부부는 “요즘 밤에 아르바이트하고 낮에 공부하는 어려운 친구들이 있어서 바쁘게 장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김치찌개를 끓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성은 노부부 남편이 계산대에서 잠깐 자리를 비우고, 아내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이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그대로 나갔다.

이를 본 A씨는 “고의인 것 같다. 최근 순천의 다른 식당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글을 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노부부는 “어려운 친구가 오죽했으면 그냥 갔겠냐. 놔둬라”라고 했다.

A씨는 “70대 노부부가 하는 식당이라 자식 된 마음에 화가 난다. 코로나 이후 학생들이 식당 찾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 겨우 운영하는데 아침부터 삼겹살 3인분, 공깃밥, 음료수, 김치찌개까지 5만원 돈을 먹튀한 남성을 생각하니 아직도 화가 난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제발 우리 이러지 말자. 배상은 괜찮지만, 이 남성이 이거 보고 다른 식당 가서 또 이런 짓 안 했으면 좋겠다. 다른 식당들 당하지 말라고 글 올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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