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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방 끌려가다 계단 굴러 사망…"강간 아니다"란 가해자 최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텔에 억지로 여성을 끌고 들어가다 여성이 계단에 굴러떨어져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강간치사' '감금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뉴스1

모텔에 억지로 여성을 끌고 들어가다 여성이 계단에 굴러떨어져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강간치사' '감금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뉴스1

모텔방 안까지 들어가 이뤄진 범행이 아니라도 강간치사 및 감금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23일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021년 여성 손님을 모텔로 데려가려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강간치사·감금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2021년 12월 여성 손님이던 B씨와 함께 자신의 업장에서 술을 마신 뒤, 함께 택시를 탔다. 모텔촌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B씨는 자꾸 만지려는 A씨를 계속해서 쳐냈다. B씨는 모텔 입구와 현관문, 카운터 앞에서 세 차례 도망치려고 시도했지만, 매번 A씨에게 붙잡혔다. B씨는 모텔 현관을 손으로 잡고 50초간 버티기도 했지만 A씨의 완력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모텔 건물 안으로 끌려간 B씨는 A씨가 카운터에서 계산하던 틈을 타 네 번째 도주를 위해 뒷걸음질치다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A씨는 B씨가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그를 추행했다.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B씨는 한 달 뒤 사망했다.

대법원과 원심은 피해자가 도망가려고 할 때 이를 막기 위해 힘을 사용한 시점부터 감금·강간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B씨의 반항을 제지한 행위부터 ‘강간·감금’에 사실상 착수했다고 본 것이다. A씨 측은 모텔방이 아닌 카운터까지만 데리고 간 점을 들어 “강간·감금은 행위를 할 수 있는 특정 장소 안, 최소한 그 근처에서 이루어져야 이루어질 수 있는 행위”라고 항변했지만, 원심 재판부는 “감금·강간 실행 종료를 못했을 뿐, 착수하지 않았다고 하기 어렵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강간과 감금에 대해 ①고의가 있었는지 ②실행에 착수했는지 따져본 결과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강간치사·감금치사에 대해서도 ③피해자의 사망과 관계가 있는지 ④사망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판단한 결과, 모든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모텔방에 들어가기 전 행위에 대해 법원이 강간·감금 혐의를 적용한 사례는 비교적 드물다. 2016년 인천지법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강간미수 사건 판결문에서 “객실로 끌고 가는 과정부터 이미 강간 실행에 착수했다고 봐야한다”고 적시한 적은 있지만,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경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법무법인 시우 송영훈 변호사는 “간음할 목적으로 여성 혼자 있는 방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며 침입하려고 한 경우, ‘강간 착수’로 본 대법원 판결도 있다”며 “그간의 대법원 판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사망사건이다 보니 '거부의사'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용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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