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에 있는 까르푸 쇼핑센터에 30평 규모의 ‘느낌(NUKIM)’이라는 매장이 들어섰다. 한국 음식 ‘먹방(먹는 방송)’이 재생되고, 한국의 평상과 소반을 재해석한 테이블에선 닭강정과 빙수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한 원색으로 디자인된 떡볶이·잡채·김치 제품들은 매대에 감각적으로 배치됐다.
이곳은 2020년 설립된 식품유통 전문 스타트업 ‘루에랑’의 첫 K-푸드 전용관이다. 앞서 프랑스 최대 유통기업 까르푸의 러브콜을 받아 냉동만두·김 등을 현지에 진출시킨 데 이어, 이번엔 아예 별도의 공간을 냈다.
22일 서울 압구정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직(41) 루에랑 대표는 “니스 매장은 오픈 이후 20일 밖에 안 됐지만 하루 매출로 최고 500만원을 찍기도 했다”며 “추가 오픈을 제안 받았다”고 자랑했다. 제품 개발자를 포함해 직원 20명인 이 회사는, 지난해 20여 개국에 400개 이상의 제품을 수출해 ‘천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올해는 매출 500억원이 목표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붓글씨·전통기와·문살 프레임서 벗어나야
- K-푸드 전용관을 낸 계기는.
- 까르푸가 한국 식품을 프랑스 중심부가 아닌 지방에서 시험해보고 싶어 했다. 니스 같은 지역 도시에서 흥행한다면 전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 거다. 창업 때 목표가 ‘가장 멋진 한국의 경험을 전 세계 시골 할머니에게까지 전한다’였다. 그래서 도전했다. 한국 식품은 잡채를 해도 볶고 지져야 하니 다양한 조리 시설이 필요하다. 수퍼마켓에서 하기 어려워 단독 식품관을 차렸다.
- 기존 K-푸드와 다른 점은.
- 외국에선 한국 식품을 생각보다 세련되지 못하다고 본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식품관을 가면 인테리어나 고객 동선, 매대 구성이 세련됐다. 하지만 한국 식품이 현지 고객을 만나는 접점은 잘 디자인돼 있지 않다. 한인 수퍼마켓을 봐도 과거에 머무르는 듯한 모습이다. 유럽의 아시아 식품 벤더(협력업체)들은 한국 식품을 개발할 때 붓글씨나 전통 기와·문살 같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우리는 K-푸드에 젊고 현대적인 느낌을 넣으려 했다. 그러자 (까르푸 측에서) ‘이런 한국 제품을 찾고 있었다’고 하더라.
- 어떤 제품을 론칭하나.
- 유럽 규정에 맞는 제품을 처음부터 기획해 레시피(조리방법)를 개발한다. 가령 떡볶이는 수분 함량이 중요해 별도로 떡 만드는 회사를 섭외했다. 액상 소스는 유럽 규정에 맞추기 위해 농심 계열사와 협업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제조 임가공도 한다. 여전히 유럽에선 아시아 식품이 ‘건강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라는 편견이 있어 그걸 탈피하기 위해 집에 가져가 먹는 레디밀 밀키트로 컵 떡볶이를 기획했다.
“오징어게임에서 떡볶이 봤다” 콘텐트의 힘
- 애초에 까르푸가 루에랑을 어떻게 알고 연락해왔나.
- 프랑스에는 식품산업협회 까르푸 살롱이 있는데 중소기업들이 연 1회 여는 쇼 개념이다. 여기에 3년간 참가했다. 나중에 까르푸가 연락해 오더라. 이번에 보니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도 ‘진로’ 브랜드를 알더라. 뮤직비디오나 드라마에서 봤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떡볶이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봤다’고 한다.
“장수하는 K-푸드 브랜드 만드는 게 꿈”
- 프랑스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아버지가 운영하는 냉동만두 업체 지엠에프에서 제조업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수출하는 걸 봤고,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프랑스에 유명 브랜드가 많으니 여기서 소비재를 배우면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향후 목표는.
- 올해는 영국에 진출한다. 한인 시장보다는 유럽 현지의 메인스트림(주류)에 도전한다. 한국 식품 대기업은 해외에서 잘 안 되면 철수하거나 전략을 바꾸지만 우리는 끝까지 파고드니까 기회가 있다고 본다. 국가별로 현지화 전략을 철저하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