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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도 안되는 개미, 하이브-카카오 'SM 전쟁' 변수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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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SM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아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볼 순 없다. 이수만(왼쪽) 전 SM 총괄 프로듀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SM·하이브

하이브가 SM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아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볼 순 없다. 이수만(왼쪽) 전 SM 총괄 프로듀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SM·하이브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볼 순 없다. 기관투자자 또는 소액주주가 힘을 모으면 상황은 뒤집힐 수 있다. 다음달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터’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가 중요해졌다.

SM 인수에 필요한 지분 최소 30%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이브는 지난 22일 약속한 날짜(3월 6일)보다 앞당겨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0%(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확보했다. 이수만의 남은 지분(3.65%)과 힘을 합치면 약 18%에 달한다. 이는 경영권을 행사하기엔 부족하다. 투자업계에서는 SM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적어도 지분 30%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가를 12만원에서 상향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SM 지분을 얼마나 추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SM은 주가는 한때 13만원까지 치솟았고, 23일엔 12만6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이브가 계산한 공개매수 자금은 약 7000억원. 이를 위해 계열사에서 단기 차입한 자금은 3200억원이다. 즉, 자금 사정은 여유롭지 않다. 공개매수가를 14만원으로 올릴 경우 필요 자금은 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SM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부채에 허덕이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더군다나 SM 경영진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하이브의 추가 지분 공개매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SM 측은 “본 공개매수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훼손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카카오, 공개매수가 14만1000원 가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금력이 넉넉한 쪽은 카카오다. 만약 카카오가 공개 매수가를 14만원대로 올려 역공에 나설 경우 판세는 뒤집힐 수 있다. 카카오는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충분한 실탄을 갖추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국부펀드(PIF)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중 1차 잔금 8975억원이 곧 유입된다”며 “기존에 받은 투자금 5627억 원을 합치면 총 1조4602억 원의 투자 활용 자금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활용할 경우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최대 14만1000원”이라고 분석했다.

SM, 하이브 저지 이사회 후보 제안  

이성수 SM 대표는 '이수만 체제'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올해 이사회 연임을 포기했다. 사진 유튜브

이성수 SM 대표는 '이수만 체제'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올해 이사회 연임을 포기했다. 사진 유튜브

앞으로 SM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다음달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해진다. SM은 앞서 22일 정기주총 안건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SM의 기존 이사진은 모두 물러난다. 과거의 이수만 중심 체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임을 포기했다. 사외이사 비중을 55%로 올리고, 여성 이사 후보는 36%로 제안했다.

SM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는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김지원 마케팅센터장·최정민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문정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민경환 블로코어 파트너·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6인이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이 선정됐다. 이들이 주총을 통해 이사로 선임될 경우 하이브의 SM 인수를 적극적으로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민연금·KB자산운용·컴투스는 누구 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이브는 해당 후보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하이브와 이수만의 보유 지분은 18% 정도. 캐스팅 보트를 쥔 기관투자자의 표심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8.96%), KB자산운용(5.12%), 컴투스(4.20%)가 가진 지분은 18% 정도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은 과거 이수만에게 반기를 든 전력이 있어 반(反) 이수만 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주총에서 이수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감사 후보에 찬성표를 던졌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6월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SM 간 불공정 계약을 시정하라며 주주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반대로 컴투스는 이수만 우호지분, 혹은 이수만의 ‘백기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 모두 “과거 결정과 앞으로 행보는 무관하다”며 중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수익률을 고려한 결정일 뿐 특정 세력의 우호 또는 반대 지분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측도 “의결권 행사 전까지 방향성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지난 10일 컨퍼런스콜에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주주 이익과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SM도 하이브도 누가 아군인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60% 소액주주 표심은 어디로    

소액주주(1% 미만 보유·5만2139명)의 표심이 더욱 소중해졌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이브는 “SM의 지배 구조를 개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SM 현 경영진은 “SM 아티스트가 뒷전으로 밀리며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M과 하이브 경영진은 모두 의결권 수거 대행업체를 통해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수만의 카카오 유상증자에 대한 가처분 신청, 주총 결과, 하이브나 카카오의 공개 매수 등 SM 경영권을 둘러싼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각 사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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