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부승찬 압수수색 '천공' 때문 아니었다…"軍기밀 유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군방첩사령부가 23일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사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대변인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이날 방첩사의 압수수색은 단순히 '천공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아닌, 부 전 대변인이 국방부에 재직 중에 알게 된 주요 군사기밀을 자신의 저서에 담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자신의 신간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자신의 신간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첩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의 부 전 대변인의 집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후엔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변인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었다. 압수수색의 구체적 범위는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취재 결과 부 전 대변인이 국방부에서 사용했던 컴퓨터 등이 압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가 밝힌 부 전 대변인의 혐의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관련된 사안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부 전 대변인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군사기밀보호법의 경우 민간인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방첩사 관계자는 “군사법원법에 부여된 수사 권한 중 하나가 군사기밀보호법에 관련된 사안”이라며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선 민간인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방첩사는 이 규정에 따라 방산업체와 관련한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민간인에 대한 수사에 나섰던 사례가 있다.

방첩사가 진행하는 수사의 핵심은 부 전 대변인이 최근 발간한 『권력과 안보』라는 책에 담긴 내용이다.

해당 책에는 부 전 대변인이 국방부 대변인으로 재임했던 기간에 겪었던 뒷얘기들이 담겨있는데, 이 가운데는 한·미 국방장관의 연례 회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관련 내용 등 군 당국이 기밀로 간주할 만한 대목도 포함돼있다. 이 때문에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부 전 대변인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가 전반적 군사기밀 유출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21년 12월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담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21년 12월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담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책에는 2021년 SCM 당시 서욱 당시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라캐머라 연합사령관의 비공개 회담 내용이 실렸다. 전시지휘소를 CP탱고로 결정하자는 미측 주장에 서 전 장관이 승인을 유보했다거나, 한·미 워킹그룹 구성을 놓고 오스틴 장관과 달리 서 전 장관은 로우키(Low-Key) 태도를 보였다는 등 민감한 내용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부 전 대변인이 천공 관련 의혹을 자신의 저서에 담으면서 논란이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해당 의혹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해당 사안은 군사기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자신의 저서에서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실 이전을 놓고 육군참모총장의 한남동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를 둘러봤다는 의혹을 제기헸다.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고 부 전 대변인을 고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