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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분이면 되는데…목포 소방, 출동 시간 44분 걸린 이유

중앙일보

입력

부산소방본부가 미국 포드사로부터 구입한 생화학인명구조차. 중앙포토

부산소방본부가 미국 포드사로부터 구입한 생화학인명구조차. 중앙포토

일부 도서·산악 지역 119출동 시간이 도심 대비 4배 이상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동하는 데 44분이나 걸린 지역도 있다.

소방청은 23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2022년 소방활동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를 발표했다. 화재예방·현장안전·대응·구조·구급 등 5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중 구조 분야 통계가 눈에 띈다. 지난해 화재·승강기 등 6개 구조유형을 대상으로 구조차 출동 시간을 분석한 결과, 현장 도착시각이 30분 넘는 읍·면·동 단위 지역은 전국에 5곳 있었다.

이 가운데 전남 목포시 율도동은 44분 걸려 가장 늦었다. 율도동은 율도·장좌도·우도·맥도 등 섬 지역이다. 목포소방서 경동119안전센터가 율도동을 관할하는데, 119 신고 접수가 들어오면 계약해둔 민간 선박(나르미선)을 호출한다. 호출받은 선박은 정박지(달리도)에서 북항 선착장으로 이동해 구조차·구급차를 싣고 율도로 이동한다.

소방청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율도 출동 건수는 총 5건이었다”며 “연중 출동 건수가 많지 않고, 선박 수배 시간에 편차가 발생해 평균 출동 시간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소방 현장 도착 시간 30분 이상 지연 출동지. 그래픽 김영옥 기자

소방 현장 도착 시간 30분 이상 지연 출동지. 그래픽 김영옥 기자

대전시도 지연 출동이 잦은 지역이 많았다. 대전 중구 오동은 현장 도착에 36분이 걸려, 전국에서 목포시 다음으로 오래 걸린다. 대전 대덕구 황호동은 30분 이상, 대전 대덕구 이현동은 25분 지나서 도착했다. 광역시급 이상 대도시에서 출동 시간이 25분 이상 걸리는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출동 시간이 25분 이상 걸린 지역은 도심에서 거리가 있는 산골”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소방이 중구 오동으로 진입하려면 남쪽으로 대청호를 빙 둘러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 백골산을 넘어가야 한다. 대청호 서측에 자리 잡은 황호동·오동은 소방서에서 상대적으로 가깝지만, 계족산·성재산·영산 등 산줄기가 가로막고 있다. 북쪽 신탄진 방향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거나, 반대로 남대전 방향으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식으로 산을 넘어야 황호동·오동에 진입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산악지형인 경기도 철원군 원남면과 한려해상국립공원 섬에 위치한 경남 통영시 사량면도 출동 시간이 30분 이상 걸리는 지역으로 꼽혔다.

대전, 25분 이상 지연 출동지 최다

코로나19 환자 이송지원을 위해 동원된 8개 시·도 소속 구급차가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119 안전센터 앞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진 송파소방서]

코로나19 환자 이송지원을 위해 동원된 8개 시·도 소속 구급차가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119 안전센터 앞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진 송파소방서]

반면 서울·부산·대구 등은 상대적으로 짧다. ‘2022년 소방차 목표 시간 내 화재 현장 도착률’에 따르면 서울(93.7%·1위)·부산(86.6%·2위)·대구(85.5%·3위)는 대부분 출동 시간이 7분 이내였다. ‘7분 도착률’은 화염이 일시에 분출해 거주자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8분 도달 이론’을 토대로 설정한 출동 목표 시간이다.

일부 출동이 늦어지는 원인은 협소한 도로였다. 소방청은 이번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전국 소방관서에 공유하고, 도로가 협소한 곳엔 소형 펌프차를 배치하기로 했다.

대전 배재대학교 스마트배재관에서 대전소방본부가 다수사상자 사고 대비 구급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배재대학교 스마트배재관에서 대전소방본부가 다수사상자 사고 대비 구급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급차는 지난해 3월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코로나19 의심환자 등이 대거 구급차를 이용하던 시기다. 구급차 호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119구급차가 병원까지 이송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재민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장은 “출동 과정에서 위험 요인을 파악해 ‘오늘의 위험도’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인공지능(AI)·기계학습(머신러닝)을 소방 데이터와 접목해 빅데이터 분석체계를 고도화·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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