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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 사냥" 45분 성토…한동훈 "판사 앞서 얘기하시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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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7분 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7분 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관련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법치(法治)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오는 27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반박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과 성남FC 관련 사건은 수년 전 벌어진 일”이라며 “사건은 바뀐 게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장을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라거나 ‘돈을 받았을 것’이란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난 걸 다시 뒤집어, 검찰에 포획된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 진술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을 45분이나 이어가며 검찰을 성토했다. 그는 영장 내용에 대해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게 아니라, 대국민 선전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마치 국민의힘 성명서 같은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말 어처구니없는 건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어떻게 되느냐. 구속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지느냐”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기자간담회 67분 중 45분을 모두발언에 할애하며 검찰을 성토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기자간담회 67분 중 45분을 모두발언에 할애하며 검찰을 성토했다. 장진영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는 2차 영장 청구와 기소 상황에 대해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이어서 지금 말씀드리긴 부적절하다”고 했다.

다만 기소 이후 당 대표직 수행 문제에 대해선 “경기지사 때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그사이에 경기 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며 대표직 계속 수행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체포안 부결 후 대표직이나 공천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 요구에 대해서도 “당이나 정치 세계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만 한다면 정상적 사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당에 부담이 되고 총선까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며 “오랑캐 침입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저는 그게 정치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사 기소가 돼도 본인의 주도하에 내년 총선에 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의힘은 “피의자의 피해호소, 일방통행식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에서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해 놓고, 카메라 앞에만 서면 세상 억울한 사람이 되며 갑자기 결백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양 대변인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진술,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에 더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법사위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데 대해 "본인에게 제기된 여러 소의, 사법리스크 일거 제거할 기회일 텐데 특권 뒤 숨으려는 이유 국민 궁금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진영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법사위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데 대해 "본인에게 제기된 여러 소의, 사법리스크 일거 제거할 기회일 텐데 특권 뒤 숨으려는 이유 국민 궁금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진영 기자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차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말처럼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판사 앞에 가서 얘기하면 된다”고 했다. ‘사법 사냥’이란 표현에 대해선 “말씀이 점점 험해지는 것 말고는 새로운 얘기가 없는 것 같다”며 “영장 청구서를 자세히 읽어보시면 그런 말은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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