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되면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기존 법률에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법률 원칙을 흔드는 조항이 많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년간 환노위 전체회의 및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노란봉투법에 포함된 ‘손해배상 제한’ 부분이 민법·민사집행법·신원보증법 등 기존 법률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3일 열린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송주아 전문위원은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란봉투법을 놓고 “개정안의 취지를 넓게 해석할 경우 우리 손해배상체계의 원칙에 배치될 수 있고, 위법한 행위까지 법률로써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법리적으로 논란이 될 우려가 없는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실정법에서 불법임을 규정하고도 다시 그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책임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문재인 정부 세 번째 고용부 차관으로 재임했던 박화진 차관도 “손해배상 제한 문제는 신중한 검토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그러면서 “거의 20년 전부터 이 문제를 저희도 고민을 해왔는데, 민법상의 손해배상 원칙이나 민사집행법, 신원보증법 문제까지 해당 법률의 원칙을 흔드는 특례조항들이 많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입장과 거의 유사하다.
또한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총 10건이 발의됐는데, 정작 문재인 정권 시기에 발의된 경우는 민주당 강병원·임종성 의원안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 등 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7건은 모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해 8~11월 사이에 일제히 발의됐다. 그간 노동계에선 꾸준히 노란봉투법 통과를 정치권에 요구했지만, 정작 민주당이 여당일 땐 해당 법안에 소극적이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잠자코 있다가 국민 비난을 무릅쓰고 이 시점에 노란봉투법을 강행하느냐”며 태도 돌변을 꼬집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 역시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설정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뤘지만,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위헌 소지 및 다른 법률과의 충돌 문제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 정쟁 도구로 쓰이기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겸임교수도 “파업권 보호과 재산권 침해 가운데 무엇을 우선 수위에 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