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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차이나] 美·中 군사력 균형 뒤흔들 히든카드, 中 076형 강습상륙함이 온다(上)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기존 054A형보다 대형화된 차세대 호위함 054B 또는 057형 호위함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식별된 중국 상하이 후둥중화조선(滬東中華造船)에서 2월 17일, 새로운 군함 건조 정황이 포착됐다. 함수(艦首) 모듈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거대한 블록이 도크에 거치돼 다른 블록들과 조립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후둥중화조선소의 076형 상륙함 모듈. [트위터 캡처]

후둥중화조선소의 076형 상륙함 모듈. [트위터 캡처]

하나의 도크에서 용골 거치부터 진수까지 모든 작업을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조선소들은 도크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육상의 공장에서 군함의 각 부분을 제작해 도크로 옮긴 뒤 빠르게 조립하는 형태의 조선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조 도크에서 조립 장면이 포착됐다는 것은 이미 이 군함의 주요 구성 모듈이 제작을 마쳤고, 이제는 그것들을 조립해 완성하기 직전의 단계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군함이 중국의 차세대 강습상륙함, 076형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중선중공(中國船舶集團有限公司) 산하 제708연구소에서 075형의 뒤를 잇는 차세대 강습상륙함 076형을 개발 중인 사실을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하고 이 군함에 적용되는 신기술들을 소개한 바 있었다. 중국의 이 같은 발표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보도가 나온 시점이 중국의 최신예 강습상륙함인 075형의 초도함 하이난(海南) 진수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075형 2번함인 광시(广西)와 3번함 안후이(安徽)를 건조 중인 상황이었고, 이 대형 상륙함은 5~6척 이상이 건조돼 향후 대만 침공의 선봉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075형은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을 참고해 건조한 40,000톤급 대형 강습상륙함이다. 길이 237m, 폭 43m의 큰 선체에 최대 30여 대의 각종 헬기를 싣고, 3척의 공기부양정까지 탑재 가능한 고성능 상륙함이다. 중국은 지난 2021년, 075형에 탑재할 ‘풀옵션’ Ka-52K 공격헬기 36대를 러시아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 헬기는 AESA 레이더를 장착해 원거리에서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고, 공대공·공대지 미사일은 물론 Kh-35와 같은 공대함 미사일 탑재도 가능한 모델이다. 중국이 075형에 Ka-52K 헬기를 얹어 사용할 경우 075형은 강습상륙함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물론, 제한적인 해상 타격전도 가능한 헬기항모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후둥중화조선소의 076형 상륙함 모듈. [트위터 캡처]

후둥중화조선소의 076형 상륙함 모듈. [트위터 캡처]

이처럼 075형은 중국 최초의 대형 강습상륙함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중국은 돌연 이 상륙함 건조 수량을 3척으로 줄이고 신형 모델 개발에 들어갔다. 강습상륙함으로서의 075형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대단히 훌륭한 성능을 가진 군함이었지만, 미국이 강습상륙함을 항모화(航母化)하는 ‘라이트닝 캐리어(Lightning Carrier)’ 구상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이 075형 건조를 시작할 무렵, 미 해군은 차세대 항공모함 구상을 검토하면서 미래 항모 전력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해군력 강화에 관심이 많았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규 항모 12척, F-35B와 같은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 전투기를 탑재하는 경항모 6~10척 이상을 건조할 것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해군은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 상륙 병력을 모두 빼고 F-35B 전투기만 최대 20대 탑재하는 라이트닝 캐리어 개념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양쪽 바다 모두에 정규항모와 경항모 각각 6척 이상을 배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데, 2035년까지 정규항모 6척만 보유할 계획이었던 중국에 미국의 이러한 해군력 증강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076형을 탄생시킨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7월,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 보도를 통해 076형 개발 사실을 공표하고 여기에 적용될 신기술 도입 사업을 한다며 제안서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중국 당국은 076형으로 명명된 차세대 강습상륙함에 전자기식 사출장치(EMALS :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 고정익 항공기 강제착함장치(AAG : Advanced Arresting Gear), 21MW급 통합전기추진(IEP : Integrated Electric Propulsion) 시스템, 30톤 중량의 함재 엘리베이터, 그리고 이들과 연동할 무인기 시스템 기술 등을 요구했다. 강습상륙함 제안요청서(Request For Proposal)라기보다는 항공모함의 RFP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중국 해군 076형 강습 상륙함 예상 그래픽.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해군 076형 강습 상륙함 예상 그래픽. [중국 웨이보 캡처]

076형은 함수 모듈 조립 공정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형상을 취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EMALS와 AAG, 30톤급 엘리베이터가 탑재된다면 대형 고정익 항공기를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으로 운용하는 군함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 갑판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경사갑판(Angled deck) 구조가 반드시 채택될 것이다.

즉 076형은 기존 075형이나 미국의 아메리카급과 같은 직사각형 구조의 갑판과 대형 아일랜드를 가진 형태가 아닌, 정규 항공모함과 헬기 탑재 강습상륙함의 형태를 섞어 놓은 형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076형이 075형과 비슷한 수준의 배수량과 크기를 갖는다는 전제하에 EMALS와 AAG, 30톤급 엘리베이터와 경사갑판까지 도입된다면 이 군함은 미국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을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동급 최강의 군함이 될 것이다.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 기종인 F-35B에 의존하는 아메리카급과 달리 작전반경과 탑재 중량이 더 우수한 CATOBAR 운용 기체인 FC-31을 운용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GJ-11(攻击-11)과 같은 스텔스 무인 전투기까지 탑재해 유·무인 협업(MUM-T : Manned-Unmanned Teaming) 전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중국 해군의 차세대 함재기로 낙점됐다는 공식·비공식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FC-31은 미국의 F-35 기술을 탈취해 만들었다고 비난을 받았던 바로 그 전투기다. 엔진이 2개인 쌍발 전투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말 많은 부분에서 F-35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데, 미 해군의 F-35C와 비교했을 때는 확실히 성능이 떨어지지만, 라이트닝 캐리어용 F-35B와 비교하면 여러 부분에서 우위에 있다.

「내일(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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