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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지진 민심' 달래기…해고 금지하고 매일 7달러 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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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정부가 지진 피해 지역에 노동자 해고 금지 등 경제구호 대책을 내놨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큰 하타이주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정부가 지진 피해 지역에 노동자 해고 금지 등 경제구호 대책을 내놨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큰 하타이주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강진이 휩쓸고 지나간 튀르키예 남부 지역에 대해 정부가 경제 구호 대책을 내놨다.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튀르키예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지진 지역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번 지진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10개 주(州)에서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대통령령에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임금 일부를 국가가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사무실이나 공장이 지진으로 파괴됐거나 그 밖의 이유로 근무 시간이 단축된 노동자들은 매일 7달러(약 9000원)씩 임금을 보전받게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서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피해 지역에 총 1000억 리라(약 6조 9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진 피해를 입은 10개 지역은 인구가 1300만 명에 달했으며 지진 전 튀르키예 전체 국내총생산(GDP)에 9% 이상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튀르키예의 경제학자 엔버 에르칸은 로이터에 "집이나 회사가 무너진 사람들이 아예 재난 지역을 떠나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면서 "피해 지역 사람들을 고용하는 회사에도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튀르키예·시리아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강진으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양국을 합하면 4만 8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4만 2000명은 튀르키예에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영부인이 22일(현지시간) 앙카라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지진 부상자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영부인이 22일(현지시간) 앙카라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지진 부상자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강진으로 피해를 본 건물은 15만6000채, 아파트가 50만 채 이상에 달한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집을 떠나 텐트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재건 비용이 최소 100억 달러(약 12조 9000억원)에서 최대 1000억 달러(약 120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추산했다. 올해 튀르키예 경제성장률이 1~2%포인트 역성장할 것이란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신속한 경제 지원책은 오는 5월 조기 대선과 6월 18일 총선을 앞두고 지진 지역의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전부터도 인플레이션 등 민생고 문제로 압박받아왔는데, 이번 지진으로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정부의 구호 활동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0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피해가 큰 하타이주를 방문해 "원점에서 재건하겠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새 집 20만 채를 짓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5월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정책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지 5일 만인 11일 지진 피해 지역을 찾은 모습. AFP=연합뉴스

5월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정책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지 5일 만인 11일 지진 피해 지역을 찾은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진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튀르키예 기준금리는 두 달째 연 9%로 동결 상태다. 그러나 지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튀르키예의 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85% 치솟으며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 1월 57.7%로 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발표는 현지시간으로 23일 오후 2시(한국시간 23일 오후 8시)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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