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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3대 핵전력 강화하겠다"…20만명 동원 행사는 열기 시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2월 24일)을 하루 앞두고 핵전력 강화를 선포하며 핵 위협을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핵 카드’에 대해 “책임감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그가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애국콘서트가 열린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 도착해 관중에게 인사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애국콘서트가 열린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 도착해 관중에게 인사했다.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조국 수호자의 날’인 이날 기념 연설에서 육상·해상·공중 기반 미사일을 언급하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3대 핵전력을 강화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통칭한다.

이를 위해 핵탄두 여러 개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 ‘사르마트’를 올해 배치하고, 공중 기반 극초음속 킨잘 시스템의 대량 생산을 계속하기로 했다. 해상 기반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량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핵전력 증강 발언은 지난 21일 의회 국정 연설에서 미·러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이틀 후에 나왔다.

미·러 양국의 핵탄두 수 제한과 쌍방 간 핵 시설 사찰 등을 골자로 하는 뉴스타트에 푸틴 대통령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을 막아줄 장치가 사라지고 세계 핵 위험이 더욱 증가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마토 부쿠레슈티 9(B9) 정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루마니아 대통령 공보실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마토 부쿠레슈티 9(B9) 정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루마니아 대통령 공보실 캡처

이와 관련해 폴란드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중단 선언은) 큰 실수로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가 핵무기나 그와 비슷한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뉴스타트 복귀 조건에 대해서 “모든 것은 서방에 달려 있다”며 “서방이 우리의 우려를 고려할 준비가 되는 즉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이름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개전 1주년을 맞아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전 차원으로 약 2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경기장에 9만명, 근처에 11만명이 있었다. 이 같은 대규모 애국 콘서트는 개전 이후 3번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콘서트에서 관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콘서트에서 관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영하 15도의 혹한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린 것에 비해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3분 30초에 그치는 등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고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자가 전했다. 지난해 3월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콘서트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 병합 기념 콘서트에서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6~7분으로 비교적 길었다.

관람객은 공공기관, 공기업, 학교 등에서 동원됐으며 일부는 돈을 받고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두자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소셜미디어(SNS)에 최대 1600루블(약 3만원)을 받고 참가할 수 있다는 광고가 올라왔다.

앞선 2번의 애국 콘서트와는 다르게 경기장 주변에 방공미사일 체계 등 군사 장비가 발견됐다고 러시아 독립 매체 TV레인이 전했다. 단거리 방위무기인 판치르S-1대공미사일, 군용차량 등이 포착됐다.

TV레인은 “러시아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비해 푸틴 대통령 관저 인근, 국방부 건물 등에 방공시스템을 설치했다”면서 “이제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리면 방공시설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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