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유럽 女골프 살렸다…인권 논란 사우디, LIV 역설

  • 카드 발행 일시2023.02.24

UAE 아부다비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행 비행기에 탄 여성 중엔 눈만 보이는 부르카를 쓴 여성이 많았다. 남자들은 옷이 아니라 커다란 수건 같은 것을 몸에 둘렀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그랬다. 제다로 가는 비행기 안은 1950년대 아랍을 배경으로 한 영화 장면 같기도 하고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같기도 했다. 승객들의 복장 때문에 과거로 가는 비행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제다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로 가는 관문이다. 이슬람 순례자들은 과거 제다항을 통해 메카에 갔고, 요즘엔 제다공항을 통해 이슬람 성지에 간다. 뒤에 알아보니 남자들이 걸친 수건같은 천은 순례할 때 입는 의상 이흐람이라고 한다. 이 옷은 봉제하지 않는데, 왕과 빈민이 구별되지 않는 똑같은 복장을 한다는 취지다.

제다공항 입국장 공무원은 군인 복장이었고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손가락과 턱으로 여권과 지문검사 등을 지시했다. 예상대로 사우디는 이슬람의 리더 국가이자 전제 왕정국가였다.

킹압둘라 경제도시. 성호준 기자

킹압둘라 경제도시. 성호준 기자

제다에서 사막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20분 정도 달리면 킹 압둘라 경제도시가 나온다. 2005년 사우디가 왕의 이름을 걸고 아라비아반도의 물류 허브를 목표로 만든 신도시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에서 온 선박들이 이곳에서 하역한다. 킹 압둘라 경제도시 한쪽에는 지난해 골프계를 뒤흔든 LIV 골프의 홈코스인 로열 그린 골프장(정확한 명칭은 로열 그린스 골프&컨트리 클럽)이 있다.

사우디 골프의 메카

로열 그린 골프장의 분위기는 비행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히잡을 쓴 여성은 다섯 명에 한 명도 안 됐다. 대회 관계자, 선수 등 외부인도 그랬지만 사우디 여성들도 얼굴을 드러내는 데 전혀 부담이 없어 보였다. 골프장 밖에서도 그랬다.

복장에 관해서는 히잡 착용 때문에 시위가 발생한 이란보다 훨씬 자유로운 듯하다. 태권도 사범으로 30년을 사우디에서 거주한 김만섭(52)씨는 “2019년부터 나라가 확 바뀌어 여성들이 운전은 물론 영화, 경기 관람도 할 수 있다. 히잡을 반드시 써야 했던 때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2019년은 사우디의 언론인 살해와 관련해 시끄러웠던 해다. 아이러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사우디는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해 사우디는 관광비자 발급을 시작했고 리마 빈트 반다르 사우디 공주가 주미대사에 임명됐다. 최초의 사우디 여성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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