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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교과서 사라지나…2025년부터 초중고 '디지털교과서'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부터 교실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학생 수준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등장한다. 도입 초기에는 종이 교과서도 함께 사용하지만, 2028년 이후에는 디지털교과서로 전면 전환할 수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1월 교육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예고한 디지털교과서의 구체적 밑그림이 담겼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일반선택과목에 우선 도입된다. 올해 초등 1·2학년과 초등 5학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첫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어 2026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학년, 2027년에는 중학교 3학년까지 대상을 넓힌다. 초등학교 1·2학년과 고교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돼도 당장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3년간 디지털교과서와 종이 교과서를 병행하기로 했다. 2028년 이후에는 디지털교과서 전면 전환도 검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해야 하지만 준비가 안 된 경우 종이 교과서도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가 수학문제 풀어주고 코딩 시연까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참관객이 디지털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참관객이 디지털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의 학습 콘텐트에 AI 기반의 코스웨어(Courseware·교과과정 프로그램)를 적용한 신개념 교과서다. 과목에 따라 메타버스, 음성인식, 필기인식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해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하도록 한다.

교육부는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디지털교과서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수학에서는 AI 튜터(보조교사)가 모르는 개념을 설명하고, 문제 풀이 과정을 돕는 등 개별 학생 수준에 맞춰 가르친다. 영어는 AI 음성인식을 활용해 듣기와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다.

2025년부터 초·중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인공지능 교육이 필수화되면서 정보 교과에서는 디지털교과서로 코딩을 체험하거나 실습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 학생이 직접 코딩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가 시연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학·영어·정보 교과를 포함해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할 과목을 5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영국 초등학교에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 인도의 교육 서비스 기업 '써드 스페이스 러닝(Third Space Learning)' 홍보영상의 한 장면. 홈페이지 캡쳐

영국 초등학교에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 인도의 교육 서비스 기업 '써드 스페이스 러닝(Third Space Learning)' 홍보영상의 한 장면. 홈페이지 캡쳐

해외에는 이미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곳이 있다. 영국의 ‘써드 스페이스 러닝(Third Space Learning)’이 대표적이다. 써드 스페이스 러닝은 교사가 강의하는 동안 AI 튜터가 학생의 학습 진도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교사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영국 1200여개 초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일정 시간 동안 답변하지 않거나 수업을 버거워하는 경우 AI가 이를 인지해 교사에게 전달하고, 교사는 학생의 학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업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교과서 발행사가 단독으로 개발하거나 기술 역량을 갖춘 에듀테크 업체와 협업해 만들 수 있다. 교육부는 8월까지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을 ‘디지털교육지원센터’로 지정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다양한 교수·학습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유해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관리 프로그램도 설치할 계획이다.

1인당 디지털 기기 0.28대뿐…“1인 1기기 보급할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22년 4월 1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22년 4월 1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건은 모든 학생이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만큼 충분한 기기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학생 1인당 스마트기기 수는 0.28대로 전국에 151만여대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2025년 3월까지 '1인 1디바이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보급 책임은 시도교육청으로 넘겼다. 교육부는 “교육청마다 디바이스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므로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교사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교육부는 디지털 기술의 전문성과 의지를 갖춘 선도교사단(T.O.U.C.H 교사단)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양성하기로 했다. 선도교사단이 방학 중에 집중 연수를 받도록 해 전문성을 높이고 이들이 동료 교사들을 가르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대상 교원의 40%, 2026년까지 100% 연수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7개 시범교육청을 선정해 디지털 선도학교 300개교를 운영한다. 선도학교는 이미 개발된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활용해 AI를 활용한 교수·학습법을 실험한다.

교원단체에서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디지털교과서의 베타 버전이라도 개발이 된 상태에서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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