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립을 반복하면서, 매달 상임위 전체회의는 2차례, 법안소위는 3차례 이상 열도록 한 ‘일하는 국회법(49조의2 2항, 57조 6항)’이 유명무실해졌다. 올해 1·2월 임시국회에선 국회 17개 상임위 중 국회법을 제대로 지킨 상임위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장철민 의원이 18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철민 의원실 제공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법안소위를 월 3회 미만 개최할 경우 해당 상임위원의 세비를 삭감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회의 결석 시 특별활동비를 감액하는 것처럼, 상임위도 일하는 국회법을 어기면 상임위원 세비 감액 등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의원실 7급 비서로 시작해 10년 넘게 국회에서 근무해 온 장 의원은 “작년 같은 정기국회는 정말 처음 봤다”며 “동물 국회도, 식물 국회도 아닌 무생물 국회의 모습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상임위에 대해서도 “부동산, 주택, 정책 등 모든 것을 다뤄야 할 국토교통위가 정기국회 100일 동안 단 45시간만 논의하고 마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되고 외려 법안소위 횟수가 더 줄었다고 한다.
- “예전에는 법안소위를 열면 한밤중까지 한 적도 있고, 어떤 법은 밤 12시나 새벽에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오래 토론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요즘에는 소위도 조금 얘기하다 말고 끝내버린다. 작년 기준 월평균 0.6회라는데, 체감으로는 그만큼도 안 되는 듯하다.”
- ‘세비 삭감’은 초강수다. 동료 의원들이 싫어하지 않겠나.
- “회의가 무조건 열리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미다.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국회법을 처음 만들 때도 이런 논의가 있었다가 빠졌다. 그래서 국회법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선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2019년 ‘일하는 국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2019년 ‘일하는 국회법’ 통과 당시 장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장(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의 수석보좌관이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 4당과 협상하는 실무 작업을 맡았다. 그는 “그때도 100% 지켜질 것이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 정도로 안 지켜질 것이었다면 그때 페널티(벌칙)를 미리 넣었어야 했다”고 했다.
- 국회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언젠가부터 국회 규범이 무너졌다. 상임위든 소위든 수시로 ‘보이콧’ 하면서, 회의 개최 자체를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원내대표 위주 국회 운영에서 비롯된다. 정치 현안 중심으로 국회를 운영하니, 상임위가 아예 멈춰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매우 낮다.
- “국민이 정치를 혐오스러워하는 수준이다. 그동안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단순한 특권 축소를 넘어 규범과 책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일단 서로의 말을 존중해야 한다. 대화가 전혀 안 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