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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이 두팔 벌려 맞은 푸틴…악명의 '5m 탁자' 배치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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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왕 위원을 보자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려 환영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왕 위원을 보자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려 환영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타스=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의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은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과 중국 외교부가 공개했다.

왕이 위원은 “중·러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 않고, 제3자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더욱이 제3자의 협박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라고 경고한 미국을 향한 항의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러 관계는 국제적인 비바람을 거치면서도 성숙되고 강인해졌으며 태산같이 끄떡없다”고 양국 관계를 태산에 비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중 관계가 계획대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새로운 경지(milestones)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양국 간 경제 관계를 강조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목표는 2024년 2000억 달러(약 260조원)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우리는 1850억 달러(약 241조원)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무역이 성장하고 있어 계획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논의됐다. 왕이 위원은 “러시아가 대화와 담판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거듭 밝힌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러시아 발표문에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왕 위원을 보자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려 환영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왕 위원을 보자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려 환영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타스=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역시 양국 발표가 엇갈렸다. 러시아는 시 주석의 예정된 러시아 방문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대한다”며 “우리는 방문을 일찍이 합의했다. 국내 정치적 이슈(전국인민대표대회)를 처리하고 나면 개인적 만남을 진행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에서 공개했다. 내달 중국의 양회(전인대와 전국 정협)가 끝나고 시 주석의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신 왕 위원은 “지난 연말 화상 정상회담에서 당신이 나를 초대했고, 예정에 맞춰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고 크렘린이 공개했다. 중국 측 발표문에는 시 주석 방러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오는 4월 내지 5월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1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왕이 위원이 러시아 방문을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에 맞춘 것은 서방을 향한 중국의 메시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쑹원디(宋文笛) 호주 국립대 연구원은 “베이징이 이란 대통령을 베이징에 초청한 데 이어 왕이가 러시아를 방문해 중·러 관계를 심화시킨 것은 지역 안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이 있음을 서방에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 외교의 자원과 전략적 실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2일 크렘린궁에서 중국의 왕이 위원과 가깝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2일 크렘린궁에서 중국의 왕이 위원과 가깝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긴 탁자의 양쪽 끝에 앉아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방안을 위해 회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해 2월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긴 탁자의 양쪽 끝에 앉아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방안을 위해 회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영국 BBC 방송 등은 푸틴 대통령과 왕 위원의 회담 장면에서 ‘이례적인 자리 배치’에 주목했다. 이날 두 사람이 가깝게 마주한 하얀 탁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과 만남 장면에서도 등장해 유명해졌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5m 길이의 타원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대화를 나눠 ‘의도적인 거리두기’란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왕 위원과의 만남에선 같은 탁자를 사용하면서도 중앙에서 가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우호국 대표를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이고 상징적 행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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