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금 수준인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선 사상 첫 7차례 연속 인상 행진을 끊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6%로 전보다 낮춰 전망했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사상 최장인 7차례 연속 인상 기록도 이번 결정으로 멈췄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국민의 빚 부담과 경기 침체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가계·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 등은 커지며 소비가 감소한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 위축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번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4.5~4.75%로 정한 이후 한·미 금리 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다.
Fed는 이날 공개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참석자 거의 모두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오는 3월과 5월 FOMC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ed는 다만 “대부분의 참석자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경제 상황 개선 여부를 더 잘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달러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라는 점에서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환율은 상승) 위험이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가격을 비롯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직전 전망(1.7%)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의 위축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도 어려움을 더하는 가운데 기존 예측을 수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2.4%로 예상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물가 상황을 반영해 직전 예상(3.6%)보다 0.1%포인트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