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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바셋·LG전자도 꽂혔다…사라지는 주유소 '땅'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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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1년에 160개씩 사라지는 곳은?

바로 주유소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연평균 1.4%씩 감소해 올해 초 1만1100여곳까지 줄었습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주유 대신 충전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 이용 패턴이 달라졌죠.

이런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곳이 있습니다. 주유소 '땅'에서 가능성을 찾은 코람코에너지리츠입니다. 주유소 부지를 자산으로 운용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187개 주유소를 F&B 드라이브스루(DT) 매장·가전제품 메가스토어·세차 타운으로 바꿔나가는 중입니다.

이제 주유소는 '모빌리티·리테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정주 코람코자산신탁 리츠사업2본부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 강남 코람코자산신탁 본사에서 만난 이정주 팀장 [사진 최지훈]

서울 강남 코람코자산신탁 본사에서 만난 이정주 팀장 [사진 최지훈]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오래된 공간의 미래’ 2화 중 일부입니다.

주유소의 5가지 진화

주유소 부지 매입 사업, 어떻게 구상했나요.

주유소 땅을 투자 물건으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주유소 사업이 아닌 ‘땅’에 초점을 맞춘 건데요. 보통 주유소는 도심지 대로변에 붙어 있고, 네모 반듯한 형태라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부지는 희소성이 높아 점점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 부지를 다양한 공간으로 개발하면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다 싶었죠.

기존에도 이런 상품이 있었나요?

아뇨. 아시아 최초의 주유소 기반 리츠*예요.  주유소 부지를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산업군과 콜라보해 가치를 창출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요.

2019년 SK네트웍스가 직영 주유소 포함한 주유사업부문 전체를 M&A시장에 내놨어요. 저희는 주유소  부지를 매입해 리츠로 상장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SK 주유사업 M&A딜에 성공했어요. 2020년 6월에 소유권을 이전해서 8월 리츠로 상장했습니다.

*REITs: 부동산투자신탁(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리츠에 담긴 주유소 자산은 몇 군데인가요?  

전국 187개로 시작했고요. 매년 재조정 중입니다. 지난 2년간 19개를 매각했고, 2022년 3개를 새로 편입했어요. 물류센터 2개, 주유소 1개를 담았죠.

주유소는 지역 거점형 자산으로 부지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요. 일반 오피스 임대와 성격이 좀 다르죠. 오피스 자산은 한 건물을 잘 운용하다 매각하고 청산하는 게 운용 전략입니다. 반면 전국에 분포된 주유소 자산은 하나를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또 다른 자산을 매입합니다. 사고 팔면서 자산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인수한 주유소 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어요.

현재 전국에 주유소가 1만1000곳 정도 운영 중인데요. 2010년 1만3000여 곳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한 뒤 매년 줄고 있어요. 한국석유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동안 해마다 160개씩 감소 중이죠. 2030년에는 약 9000곳 까지 줄어들 거라 예상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인수한 주유소부터 앞으로 없어질 주유소 자리에 모빌리티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대부분 도로변의 반듯한 부지라 차량 접근성이 좋거든요. 모빌리티 관련 산업군이 잘 맞을 거라 판단했고, 그 관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주유소 부지는 주로 도로변의 반듯한 곳에 위치해있다. 차량 접근성이 좋아 모빌리티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으로 바뀔 계획이다. [사진 코람코자산신탁]

주유소 부지는 주로 도로변의 반듯한 곳에 위치해있다. 차량 접근성이 좋아 모빌리티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으로 바뀔 계획이다. [사진 코람코자산신탁]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크게 5가지인데요.

① 리테일 드라이브스루(DT) 매장
최근 드라이브스루(DT)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하는 리테일 브랜드가 많아요. 실제 매출이 높거든요. 알려져 있기로 스타벅스는 DT 매장 매출이 일반 매장의 1.5배 정도 높다고 해요. 다른 글로벌 F&B 브랜드도 신규 점포는 DT 매장으로만 개점한다는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DT 매장 인허가를 위해선 차량 전면 진입이 가능해야 하는데요. 그런 부지를 찾는 게 쉽지 않아요. 전면 진입이 가능한 주유소 부지가 딱이죠. 흑석동에 오픈한 배스킨라빈스·던킨 DT매장 1호점이 좋은 사례고요.

저희도 최근 한 커피전문 브랜드와 MOU를 맺고 DT 매장 확대를 계획 중입니다. 매년 40~50개의 DT 매장을 오픈하려고 2~3년간 테스트베드를 거쳤는데요. 제주도에 운영 중인 매장 월 평균 매출이 약 3억원 정도 됩니다.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죠.

② 도심형 물류센터(MFC)
주유소는 땅 위의 거점 네트워크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사업을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물류시설이라고 생각해요. 새벽배송에 주력하는 이커머스 회사 역시 도심 안쪽으로 물류 거점을 늘리려는 니즈가 크고요.

저희는 부지 자체를 리테일 물류가 결합된 복합시설로 개발하려 합니다. 물류시설이 필요한 회사들과 장기 임차계약을 맺어 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투자자에게 안정적 배당을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오퍼레이팅 관점에서 사업을 검토하는 거죠.

③ 가전 메가스토어
가전 매장이 된 부지도 있어요. 아산과 안산, 부산 주유소 자리에 LG 베스트샵을 세웠죠. 다른 대기업 가전 매장도 공사 중이에요.

대기업 가전 브랜드는 여러 매장을 하나로 합친 메가스토어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저희 자산 평균 면적이 400~500평 정도라 적합했어요. 주차 편의성이 좋다는 것도 경쟁력이 됐고요. 가전 매장은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고, AS 서비스도 중요한 산업이잖아요. 주 고객층이 3040세대이다 보니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는 경우도 많고요.

④ 전기차 충전소
물류회사와 전기차 충전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관련 임대차 계약을 진행 중입니다.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시도된 적 없는 비즈니스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서울시에서 2025년까지 4대 택배사의 택배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정책을 내놨거든요. 전기차 전환 차량 수가 확정되면 사업 이익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지겠죠.

앞으로 택배사와 충전사업자들도 이 시장에 진입하려 할 거예요. 하지만 결국 주유소를 가진 4대 정유사가 시장을 과점하게 될 겁니다. 택배 회사가 원하는 입지나 공간 조건에 부합해야 하고, 설비 투자, 운용 회사 등 결정해야 할 게 많거든요.

⑤ 복합세차타운
부산에서 만들고 있어요. 주유 사업 못지 않게 수익을 내는 게 세차 사업이거든요. 마진율이 주유 판매보다 훨씬 높죠. DT 매장만으론 매출 한계가 있을 것 같고, 세차 사업을 더해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900평에 달하는 부지에 DT 매장 입점을 추진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세차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고객이 세차를 한 번 할 때 2만원 정도가 드는데, 카드를 충전해서 쓰는 지불 시스템이에요. 나중에는 충전금을 유동화해 다양한 비즈니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요.

세차 사업을 추가한 복합 셀프주유소 개발 조감도.[사진 코람코자산신탁]

세차 사업을 추가한 복합 셀프주유소 개발 조감도.[사진 코람코자산신탁]

이런 변화의 공통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확장판이죠. 최근 저희가 2025 비전을 발표했는데, ‘모빌리티 리테일 플랫폼’을 방향으로 잡았어요. 주유소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죠.

타깃은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있는 3040세대예요. DT나 물류, 이커머스와 밀접한 직장인이 대상이죠. 

용도 전환 기준은 역시 ‘사용자 니즈’

주유소 입지에 따라 들어설 자산의 성격이 다를 것 같은데요. 자산 용도 전환을 결정하는 코람코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사용자 중심입니다. 파트너사의 니즈가 가장 우선이에요. 파트너사도 각자의 목표와 사업 계획이 있잖아요. 자주 소통하며 서로의 니즈를 파악해요. 그에 맞춰 저희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파트너사가 먼저 제안할 때도 있어요.

주유소를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단순 공간 개발 차원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운용 수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워요. 용적률 극대화하면 좋겠지만, 무수익 기간을 줄이려면 공사도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하고, 운용 수익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거든요.

파트너 회사와 호흡을 잘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요. 서로의 니즈가 잘 맞는다 해도 계약서를 잘 작성해야죠. 사용자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고, 시장 상황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꾸준히 공부하며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해요.

개발 리스크도 있을 것 같아요.  

토양오염 정화 리스크가 커요. 땅 속 토양오염 척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죠. 게다가 토양오염 관련 소송이 붙으면 길게는 5년간 개발을 못해요. 개인 주유소 업자들이 주유소를 팔거나 철거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유죠. 토양오염 정화 작업에만 평균 5억원 정도가 들거든요. 방치된 주유소가 많고 변화가 더딘 주된 요인이에요.

저희는 현대오일뱅크에서 이런 제반 작업에 대한 협의를 해뒀어요. 그래서 매각이나 용도 전환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저희 부지를 매입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있고요.

지방과 수도권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부산 반송대로, 강원 단계 주유소 등 비주력 자산은 매각하고, 수도권 자산 비중을 늘리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투자자들이 상품 가치를 볼 때 지가로 내재가치를 평가해요. 주유소 건물 자체의 가치는 사실 별로 높지 않거든요. 건물이 10%, 땅이 90%를 차지하죠.

수도권은 지가 상승률이 높아요. 지방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고요. 용도 전환이 힘들 것 같으면 매각하고 수도권 자산으로 신규 자산을 편입하는 게 재조정의 기본 전략이에요.

물론 지방 자산 중 신도시에 있는 매물은 가능성이 있어요. 도시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니까요. 수도권 신도시는 사업성이 나오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쉽지는 않아요.

주유소를 호텔, 주거시설로 바꾸는 움직임도 눈에 띄는데요. 기존 자산을 주거시설로 바꿀 계획이 있나요?

리츠에 포함된 자산은 아니지만 반포에 있는 주유소 부지를 주거용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저희가 부지 매입부터 분양, 개발까지 진행한 최초의 사업이었죠. 다른 자산 중에도 주거 개발을 검토 중인 곳들이 여럿 있는데요. 최근에 공사비와 금리가 너무 올라서 대규모 개발은 지양하고 있어요. 상장 리츠는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니까요.

공간의 ‘가능성’ 함께 볼 파트너 발굴해야

새로운 공간으로 용도를 변경할 경우 다른 산업과의 결합을 추진하는데요. 리테일, 모빌리티 외에도 결합 가능성을 눈여겨 보는 비즈니스가 있을까요?

공유오피스 시장이요. 코로나를 지나면서 거점오피스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잖아요. 그 중에서도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방식이 많고요.

1, 2층은 리테일 매장으로 쓰고, 그 위로는 거점 오피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고민 중입니다. 부산, 대구 등에 이런 건물이 있으면 출장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유오피스에서 임차가 이뤄질 수도 있고요. 공간을 통으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시간으로 계약하는 구조로요. (후략)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오래된 공간은 계속 진화 중입니다. 산업, 트렌드, 고객 니즈가 바뀌면서 쓰임새와 역할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우리 근처에서 흔히 보이는 전화국, 주유소는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요?
인터뷰 전문은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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