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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발상" 시카고 뒤집은 동성애 흑인 女시장의 말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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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하는 로리 라이트풋 미 시카고 시장. AFP=연합뉴스

재선에 도전하는 로리 라이트풋 미 시카고 시장. AFP=연합뉴스

재선에 도전한 로리 라이트풋 미국 시카고 시장(60·민주)이 흑인 유권자들에게 "나를 안 뽑을거면 차라리 투표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22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라이트풋 시장은 최근 시카고 남부의 흑인 다수 거주 지역에서 재선 캠페인을 벌이며 이같이 말해 "인종간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한편 유권자 탄압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라이트풋 시장은 당시 "나를 지지하지 않는 남부 유권자들의 표는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연방하원의원·라틴계) 또는 폴 발라스(전 시카고 교육청장·백인)에게 갈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들이 당신의 운명을 통제하게 하려면 차라리 집에 있어라. 투표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르시아 의원과 발라스 전 청장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하며 라이트풋 시장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전원 민주당 소속인 9명의 후보 가운데 가르시아 의원은 유일한 라틴계, 발라스 전 청장은 유일한 백인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라이트풋 시장은 "실제 선거에 참여하면 안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유세 열기에 취해 말 실수를 한 것"이라며 "나는 언제나 '모두가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 선거 경쟁자들은 그의 발언에 문제가 있을 뿐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르시아 의원은 라이트풋 시장에게 "다인종·다민족으로 구성된 시카고의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브랜든 존슨(쿡 카운티 커미셔너) 후보는 "본인에게 표를 주지 않으려면 차라리 투표하지 말라는 라이트풋 시장의 발언은 그가 지역사회·주민 보다도 자신의 권력 유지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후보 윌리 윌슨(사업가)은 "망상적·분열적이고 위험하며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군소후보인 자말 그린(사회운동가)은 소셜미디어에 "라이트풋 시장의 절망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반감만 더 불러일으켰을 뿐"이라는 글을 남겼다.

라이트풋 시장은 2019년 선거를 통해 미국 대도시 최초의 동성애 흑인 여성 시장이 됐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민 60% 이상이 라이트풋 시장의 시정운영 능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지지율이 선두권 경쟁 후보들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라이트풋 재선 캠프가 현직 시장 지위를 이용, 시카고 공립학교 및 시립대학 학생·교직원을 상대로 9900여 통의 이메일을 발송하고 캠페인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라이트풋 시장은 재선 캠프에서 활동할 학생 자원봉사자 모집을 위해 시카고 공립학교와 시립대학 측에 도움을 청한 사실이 지난달 처음 보도된 후 "나이 어린 한 직원이 시장의 업무용 이메일을 캠페인 활동에 이용한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최근 학생 자원 봉사자 모집과 관련 없는 수천개의 이메일이 공립학교·시립대학의 수뇌부에 보내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역매체 선타임스와 WEBZ는 "지난해 4월 이후 발송된 대량의 이메일에는 4개 시립대학 총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선거자금 모금 당부에서부터 캠페인 행사 초청, 지지 서명 수집 요구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며 시카고시와 시카고 교육청 감사관실이 이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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