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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와 우정 과시했지만, 실상은 우크라 질까봐 불안한 中 속내 [우크라이나전쟁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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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도중 말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도중 말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판공실 주임에게 “러시아에 중국이 살상 무기 지원을 고려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경고를 했다. 미국으로서는 서방 제재와 전쟁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게 중국이 ‘산소호흡기’를 제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측의 러시아 지원 차단 움직임에 왕 위원은 중국은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한 중국의 평화 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깜짝 방문도 “비이성적이고 이기적”(관영 글로벌타임스)이라며 깎아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왕 위원이 공개하겠다고 한 중국 측의 ‘평화 계획’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밝힌 ‘핵 전쟁은 안 된다’ ‘평화적 해결’ 등의 원론적 이야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겉으로는 러시아와 거리를 두면서 물밑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의 자세가 달라지진 않을 거란 점에서다.

이번 전쟁에서 예상 외로 고전하는 러시아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실상 복잡하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중국에게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우군이다. 앞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3주 전 정상회담을 갖고 ‘무제한 우정’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전략적인 협력 관계인 러시아가 전쟁으로 국력이 쇠퇴하는 건 중국이 결코 원치 않는 결과”라면서도 “이번 전쟁의 속성상 중국은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 쪽에 자국 이익이 부합한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자치공화국을 세워 분리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홍콩·대만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민감해 하는 중국이 적극 나서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을 모스크바에 초대하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중국이 원론적인 차원에서 ‘로키(낮은 강도)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만 통일의 반면교사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아시아연구소의 서정경 학술연구교수는 “중국에게 대만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면서 “불가피하면 무력이라도 써야 한다고 볼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다만 현 시점에서 중국이 무력을 감행하면 서방 국가에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의 축’으로 인식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미국·동맹국들의 반중 전선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고르려 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보면서 유엔과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우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뒤에 움직이겠다는 확신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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