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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독·영 전차 250대 넘게 오면...우크라 전쟁 확 달라진다, 왜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년 3월 24일(이하 현지시간), 전쟁 시작 1개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니아 대통령은 서방 국가의 주력 전차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차 보유량은 2만대에 달한다. 단 1%만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당시 그는 이렇게 토로했다.

2023년 1월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오른쪽)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레오파르트 2 전차 14대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2023년 1월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오른쪽)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레오파르트 2 전차 14대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절박한 요청을 수용한 것은 거의 1년이 지난 2023년 1월 25일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의 주력 전차를 지원받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노력했는지, 주력 전차의 특성과 성능, 그리고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전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폴란드ㆍ영국을 통해 미국ㆍ독일을 움직이다

2022년 12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해 12월 말 휴전협상을 위한 비공식적인 접촉이 결렬되고, 러시아군의 춘계 공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전차 지원이 결정되기 까지

-2022년 12월 21일 바이든-젤렌스키 회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지원 약속(전차 미포함)
-2023년 1월 11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레오파르트 2 전차 14대를 지원할 계획"
-1월 12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폴란드의 레오파르트 2 전차 지원 막지 않겠다. 그러나 독일이 전차를 지원하는 것은 별개 문제"
-1월 14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챌린저 2 전차 14대를 지원하겠다"
-1월 1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미국이 M1 에이브럼스를 지원해야 레오파르트 2를 지원할 수 있다"
-1월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ㆍ숄츠 독일 총리, "M1 에이브럼스ㆍ레오파르트 2 전차를 지원하겠다"

2023년 1월 11일, 폴란드가 선수(先手)를 치고 나왔다. “레오파르트(Leopard) 2 전차 14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옳은 일을 하겠다”며 독일을 강하게 압박했다. 같은 달 14일, 영국도 챌린저(Challenger) 2 전차 14대를 지원하겠다며 미국과 독일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독일은 “미국이 전차를 지원해야 우리도 지원할 수 있다”는 핑계로 빠져나가려 했다.

2023년 2월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캠프 룰워스를 찾아 챌린저 2 전차 앞에서 우크라이나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장병은 챌린저 2 이곳에서 운용 교육을 받고 있다. EPA=연합

2023년 2월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캠프 룰워스를 찾아 챌린저 2 전차 앞에서 우크라이나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장병은 챌린저 2 이곳에서 운용 교육을 받고 있다. EPA=연합

하지만, 미국은 독일의 예상과 달리 전반적인 상황을 재평가하고, 전차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차 지원을 계속 거부할 경우 신뢰도 저하가 예상되고,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군사력을 확실하게 소진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같은 달 25일, 미국과 독일은 몇 시간 간격으로 주력전차 지원을 공식 발표했다. 단, 전쟁이 러시아의 본토로 확전이 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 2월 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 국가의 지원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 영국을 통해 미국과 독일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다음은 당신’이라는 위협 인식으로 설득했을 것이다. 영국은 나토 주요 국가 중에서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제일 약하고, 지정학적으로 확전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적다는 사실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미국과 독일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전략적 사고’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세대 전차, 250~300대까지 지원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서방 국가와 러시아는 무기체계의 설계 개념부터 차이가 있다. 러시아(구 소련)는 광활한 영토와 자원에 바탕을 두고 ‘질’보다는 ‘양’을 중요시한다. “질은 그 자체로 양을 포함하고 있다”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말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전차는 기동과 화력을 극대화하고, 방호는 최소한으로 고려한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기동ㆍ화력ㆍ방호를 균형적으로 고려한다. 그 결과, 서방 전차가 러시아 전차보다 총 중량이 약 30% 이상(러시아 41~46t ↔ 서방 63~67t) 무겁고, 대당 가격도 약 3배 이상(러시아 약 40~50억원 ↔ 서방 120억~150억원) 고가이다.

2021년 3월 26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크리스털 애로' 나토 연합 훈련에서 미국 육군의 M1A1 에이브럼스가 사격하고 있다. 미국은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EPA= 연합

2021년 3월 26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크리스털 애로' 나토 연합 훈련에서 미국 육군의 M1A1 에이브럼스가 사격하고 있다. 미국은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EPA= 연합

서방 국가들이 지원하는 전차는 미국의 M1 에이브럼스(Abrams), 독일의 레오파르트 2, 영국의 챌린저 2로서 총 3종이다. 3세대 전차도 지속적인 개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모델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존재한다. 서방 국가들은 자국의 방위력 저하와 최신 국방기술 유출을 고려해 최신 모델보다는 그 하위 모델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성능은 러시아 전차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통 성능으로는 적층형 복합장갑, 120㎜ 구경(길이 6.6m) 주포, 디지털 사격통제장치 등을 장착하고 있다. 물론 부분적인 차이점도 있다. 챌린저 2는 1200마력(다른 2종은 1500마력) 엔진과 강선포(다른 2종은 활강포)를 채택하고 있다. 레오파르트 2는 전장에서 완파된 전례(2016년 시리아에서의 튀르키예 보유 전차)가 있어 다른 2종에 비해 방호능력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M1 에이브럼스는 항공유를 쓰는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하기 때문에 연료 보급과 운영유지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023년 2월 20일 독일 문스터 육군 기지의 레오파르트 2 전차.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장병이 레오파르트 2 운용 교육을 받고 있다. EPA=연합

2023년 2월 20일 독일 문스터 육군 기지의 레오파르트 2 전차.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장병이 레오파르트 2 운용 교육을 받고 있다. EPA=연합

현재까지 확정된 전차 지원 규모는 폴란드 14대(1개 중대), 영국 14대(1개 중대), 미국 31대(1개 대대), 독일 88대(2개 대대) 규모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147대다. 2023년 1월 21일, 독일 소재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레오파르트 2 전차를 보유한 다수의 국가들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페인 30대, 핀란드 30대, 노르웨이 16대, 체코 14대, 슬로바키아 14대로서 총 104대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250~300대까지 지원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전쟁 장기화의 시발점이자,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1년을 넘었다. 2023년 1월 24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지금이 전쟁의 변곡점(pivotal moment)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월 20일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습경보가 울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직접 방문하여 ‘기간이 얼마가 되든(as long as it takes)’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한 것이 상징적이다.

2023년 2월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추모벽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

2023년 2월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추모벽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

첫째, 서방 국가의 전차 지원과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전쟁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2월 16일,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전쟁이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각 국의 대통령 선거 일정(러시아 3월, 우크라이나 4월, 미국 11월)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러시아는 중국에게 군사지원을 더욱 강력하게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뮌헨 안보회의(2월 17~19)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러시아에 무기 지원할 경우 강력한 후과가 따를 것”임을 선제적으로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시간’이 가장 큰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영국과 독일이 1월 말부터 우크라이나 병력을 대상으로 전차 운용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기본훈련 기간이 각각 M1 에이브럼스는 22주, 레오파르트 2는 8주, 챌린저 2는 10주다.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속성 과정일지라도 최소 1~3개월이 필요하다. 미국은 전차를 추가 생산해서 지원할지 혹은 비축 물량을 활용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연료 및 정비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데도 일정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서방 국가의 주력전차 지원이 예상대로 250~300대에 도달한다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총 200대 이상의 장갑차(미국 브래들리(Bradley) 50대, 독일 마르더(Marder) 40대, 프랑스 AMX-10RC 30대, 미국 스트라이커(Stryker) 90대)와 통합하면 기갑사단 2개를 편성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춘계 공세의 한계에 도달한 직후 혹은 가을에 이러한 전력을 특정 축선에 집중 투입하여 회심의 일격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방 국가의 주력 전차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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