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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상인이 변호사 좌지우지…공정위 결론따라 소송도 불사" 김영훈 차기 대한변협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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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국내 유일의 법정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장에 김영훈 변호사(60·사법연수원 27기)가 선출됐다. 이번 52대 협회장 선거는 2013년 직선제 도입 이후 후보간 경쟁이 가장 과열된 선거였다고 법조계에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작 김 변호사는 일찌감치 당선을 확신했다고 한다. 오는 27일 변호사 업계 수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김 변호사는 “지난 10년간 구상했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됐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과의 분쟁, 로스쿨 운영 및 변호사수 감축 등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신임 협회장을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 회관에서 만났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인이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전민규 기자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인이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전민규 기자

이번 선거는 왜 이렇게 과열됐나.
전문직 단체 선거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게 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몇 년 전부터 사기업(로톡 지칭)이 법률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 구성원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상인이 주체가 돼 변호사들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변협이 변호사들을 상대로 자체적인 징계권을 행사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는데 그 결론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오게 됐다. 또 하나는 이번 협회장 2년 임기 내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의 구성원들이 바뀐다. 각종 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 되는 변협 회장 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로톡에 대해선 왜 이렇게 강경한가. 로톡 쓰는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나.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란 것도 있다. 사기업이 들어와 법률시장 참여자가 되려면 먼저 변호사들을 상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안 된다. 사기업이 법률시장의 특수성을 파악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들어와 버렸다.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투자자들이 많아 지금 문 닫으면 손해니 살려달라’며 국회나 공정거래위원회를 쫓아다니고 있다. 제일 문제는 법무당국의 기준 없는 행동이다. 법무부는 이런 플랫폼 사업이 불법이란 유권해석을 내놨는데, 수사가 완결되기도 전에 (전직) 장관이 ‘합법’이라고 함부로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법무당국이 적절히 규제해야 할 부분을 방기해버렸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변협이 할 수 있는 것은 징계권 행사 뿐이다.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변협의 로톡 금지가 법 위반인지 살펴봤다.
공정위는 신고를 접수했기 때문에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사 대상은 사업자단체의 행위인데, 대한변협은 ‘법정 단체’로 사기업 집단과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모든 변호사가 대한변협에 가입해야만 변호사 자격을 최종적으로 확인받고, 개업도 할 수 있다. 변협이 행사하는 권한은 모두 변호사들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가지는 권한이며, 징계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번에 공정위에선 변협의 소속 변호사 징계를 ‘사업자단체’의 행위로 전제하고 심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위가 법률체계와 맞지 않는 결정을 한다면 소송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
변호사 수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현재 법률시장엔 수요보다 변호사가 1200명 이상 과잉 공급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위적으로 줄이자는 건 아니고 ‘결원보충제’ 폐지를 통해서 줄이자는 입장이다. 결원은 로스쿨에 입학한 뒤 적성에 안 맞아 학교를 떠난 사람 등으로 빈 자리인데, 지금은 그 수 만큼을 또 뽑아 정원을 늘리고 있다. 이 부분을 그냥 자연감소분으로 두자는 것이다. 또 여기에 지금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연동하면 합격자 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지금의 틀대로라면 변호사 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지, 지금의 틀을 유지하자는 건 아니다. 새로운 판을 짠다면 수를 조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새로운 판이란 무엇인가.
노무사·세무사·변리사 등 변호사 유사직역이 많다. 이 유사직역까지 통합해서 전체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전문가 배출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특수한 분야에 한해 로스쿨 교육을 거치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걸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노무변호사·특허변호사·세무변호사 등 전문변호사 자격을 신설해 기존 노무사·변리사·세무사 등이 송무 교육을 받아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유사 직역까지 합한 법조계 전체의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리사 단체 등은 그간 특허 사건에 대해선 변리사도 법정에 설 자격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유사직역 통폐합과 관련해선 난관이 예상되는 측면도 있다.

어떤 협회장이 되고 싶은가.
의뢰인과 변호인 사이 비밀리에 이뤄진 의사 교환이 인정될 경우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ACP(Attorney-Client Privilege) 도입도 중점 과제다. 제3세계 등에 우리 법제를 수출해 우리 기업들과 로펌의 원활한 진출을 활성화 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그동안 계속 고민해왔고 나름대로 청사진을 마련한 것들을 임기 내 모두 완성하진 못하더라도, 착수는 해놓고 다음 협회장이 와서 완성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대한민국 법조의 새로운 설계자, 첫 삽을 뜬 협회장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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