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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노조의 불투명 회계, 이젠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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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문재인 정부 5년간 1500억여원을 지원받은 노동조합 단체들의 회계 투명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대규모 노동조합 등에 회계장부 비치·보존을 점검하고 있고, 향후 회계감사를 강화하고 회계정보 공시를 확대하기로 했다. 20·30세대의 84.5%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바란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이 노동자의 권익 증진에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회계는 조직의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회계 투명성은 회계 기준에 따라 회계 정보가 이해관계자에게 적시에 충분히 신뢰성 있게 제공되어야 한다. 회계 투명성이 높을수록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조직은 회계 정보를 구성원 이외에 국민에게도 제공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정부 지원받으며 책임성은 부족
회계공시제도 조속히 도입해야
투명한 돈관리, 노동자에게 이득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비영리 조직은 물론이고 자선단체·장학재단·학술단체 등 비영리 조직도 회계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심지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회계 정보를 생산해 공시한다. 영리기업인 회사는 회계 정보를 일간신문이나 전자적 방법으로 공고하고, 코스피·코스닥 등에 상장된 회사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DART) 누리집에 회계 정보를 별도로 공시해야 한다. 자본금 500억원이 넘는 회사는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비영리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주무관청에 회계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총자산 가액이 5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공인회계사 등의 세무 확인 및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이런 비영리조직의 회계 정보는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국세청 홈택스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다. 그 외 비영리조직은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에 대한 선거 운동을 한 사실이 없어야 세금 혜택이 부여된다.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노조는 공익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취득세·재산세 등을 감면받는데도  다른 비영리조직과 달리 회계 투명성에서 제도적으로 매우 미진하다. 노조는 회계 정보를 3년간 비치·보전하고 있는데 조합원에 공표되지만 요구가 있을 때만 열람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이 접근할 수 있는 회계공시제도는 없다. 노조는 회계 정보를 정부가 요구하는 경우에만 제출하고, 매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제도가 없다.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회계감사원을 두고 있지만, 공인회계사가 아닌 내부인도 임명할 수 있다. 회계감사도 조합원에게만 공개되고, 회계감사원이 필요해서 실시하는 회계감사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은 노조의 회계 정보를 매년 의무적으로 조합원과 정부에 보고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국민이 회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통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일본도 매년 회계 정보와 감사보고서를 조합원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영국은 정부에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한다. 이처럼 노조의 회계 투명성은 국가마다 제도적으로 약간 다른 측면은 있지만, 자율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회계 정보의 공개 및 회계감사 등과 관련해 공익적 의무를 강조하는 방향에서 법제화하고 있다.

노조는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자의 권익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공익조직이다. 노조는 조합원 이외에 국민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요구된다. 이 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는 매년 회계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 일반 국민도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 정기적으로 보고해 노동 정책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회계감사원은 공인회계사 등 외부전문가로 지정해 독립성·전문성을 갖고 실질적인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감사 결과는 외부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노조는 일반 공익법인처럼 사업 과제의 국고 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특혜성 노조 시설 임차보증금의 국고 지원은 조속히 원상회복해야 한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노조라는 이유로 공익활동을 하는 다른 비영리조직과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노동자의 권익은 증진된다. 최근 20·30세대 노동자들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큰 관심은 긍정적인 시대 변화를 반영한다. 노조에 대한 회계 투명성의 강화는 신뢰 형성을 통한 노동자와 노조의 권익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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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