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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 판 흔든다…장벽 낮춰 독과점 깨고, 고정금리 확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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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22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은행권 경쟁 촉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22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은행권 경쟁 촉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은행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2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 회의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비판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이날 회의는 금융위 주요 간부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민·관 합동 회의였다. 김 부위원장은 “국민의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그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안전한 이자수익에만 안주하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영업행태 등을 전면 재점검해 과감히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 ▶금리체계 개선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6개 과제를 앞으로 중점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6개 과제에 실무 작업반을 구성하는 한편, TF 논의 등을 바탕으로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은행 산업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센스),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를 접목한 ‘챌린저 뱅크’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 내 새로운 경쟁자를 등장시켜 경쟁을 촉진하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스몰 라이센스’는 은행업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특화한 전문 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몰 라이센스’를 도입하면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챌린저 뱅크’는 기존 대형 은행보단 작지만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은행이다. 영국에서 대형 은행 독과점을 깨기 위해 도입했는데,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과 유사하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에서 챌린저 뱅크를 도입한 2013년 이후 지난해 2월 말까지 라이센스를 받은 은행이 총 30개로 느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분석했다.

큰 비판을 받았던, 금리체계와 은행권 보수체계도 개선한다. 우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개편하고 금리체계 산정 방식도 바꿀 예정이다. 특히 과도한 금리 변동을 야기하는 변동금리 체계도 손 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변동금리는 고금리의 위험과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부 전가하는 구조인데, 고정금리 확대 등 개선하는 방법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막기 위해,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Say-On-Pay·세이온페이) 도입과 금융사 수익 변동 시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삭감(Claw-back·클로백)하는 방안도 살펴보기로 했다.

은행의 독과점적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이 시작됐지만, 실현 가능성과 방법론에 대해서 아직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많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스몰 라이센스’로 소상공인 전문은행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런 은행이 정부 지원 없이 기존 시중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을 만들긴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규제를 완화해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이 좀 더 자리 잡게 지원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겪은 한국은 은행 하나만 망해도 온 나라 경제가 들썩이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가 자본력이 약한 신생 은행이 부실화되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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