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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디지털 치료기기 세계로 뻗게 ‘고속도로’ 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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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지난 1월 어느 주말,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에게 물었다. “대한민국 조선왕조에 대해 말해 줄래?” 채 1분도 되기 전에 답을 한다. 이번엔 그림 인공지능 ‘달리’에게 가을 하늘을 그려달라고 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까지 멋진 그림을 제공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지 7년. 인공지능 기술이 전문 분야를 넘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역사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불러왔다.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방, 치료하는 의약품, 의료기기도 예외는 아니다. 청진기, 체온기 같은 전통적인 의료기기에서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병 예측, 수술용 로봇까지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치료기기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제품의 특성상 시장 진입 전 사람에게 사용해도 안전한지, 효과는 있는지를 평가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디지털 의료제품같이 혁신적인 제품일수록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평가할지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는 개발자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효과 있는 제품이 신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제품 간 융합과 진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디지털 의료제품에 특화된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차라도 길이 없거나 비포장도로에서는 빨리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는 디지털 의료제품 특성에 맞는 새로운 규제의 길을 놓고 표지판을 세워 목적지에 신속히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를 토대로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를 이번 달에 허가한 경험도 있다. 또한 우리가 만든 가이드라인이 의료기기 국제 규제협의체 등의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제 규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해외 진출의 디딤돌을 놓을 것이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그의 소설 ‘고향’에서 “희망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와 함께 디지털시대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 산업계, 학계가 힘을 모아 첨단기술 제품들이 달릴 새로운 길, 희망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23년 우리가 함께 만들 길을 통해 더 많은 국내제품이 세계로 뻗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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