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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 장기화 우려에 환율 ‘1300원대...긴급 점검 나선 외환당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돼 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9원 급락해 1300원을 돌파 1304.90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돼 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9원 급락해 1300원을 돌파 1304.90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300원대로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9원 내린(환율은 상승) 1304.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300원대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19일(1302.9원) 이후 두 달 만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 발언 이후 1220원대까지 오르며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미 물가, 고용, 소매판매 등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높게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흥국에서 돈을 빼 미국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다시 늘며 달러 '몸값'이 비싸졌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달 들어 하락 폭이 84.6원에 달한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오후5시 기준 104.12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말 115까지 오른 이후 내림세를 유지했지만 이달 초 101에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하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 '뉴스타트(신전략무기감축조약)'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폴란드를 방문해 지속적인 서방의 지원과 연대를 약속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2월 비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50.5를,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합산한 합성 PMI는 50.2를 각각 기록했다. PMI는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22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와 24일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도 '긴축 장기화'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현재 연 4.5~4.75%인 기준금리를 오는 3월과 5월, 6월 0.25%포인트씩 세 차례 연속 올릴 확률은 이날 기준 58.5%에 달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는 견조하다는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킹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1300원 선이 뚫리자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은 이날 오후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급등, 외국인 자본 추가 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은 고민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우려한 한은이 이번에는 동결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미 연준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서 빠져나가 추가적인 원화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걸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올려야 하는 게 맞다”며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시장은 금리인상 종결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고, 향후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번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0월처럼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까지 하락하진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의 긴축이 좀 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원화값이 1300원 전후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상반기 내내 이 흐름이 지속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자 수는 급증했지만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감소하고 있고,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도 늘고 있다”며 “고용지표가 한번 꺾이면서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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