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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도 박았다…모친상 부고 문자 무작위로 뿌린 태백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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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시장이 계좌번호가 들어간 모친상 부고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시는 "부고장을 받은 분들이 공유하면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22일 지역 주민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모친상을 치렀던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이 당시 부고 메시지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지역 주민 상당수에 전달했다. 부고장에는 상주인 이 시장의 이름, 빈소 정보 등을 비롯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조문이 쉽지 않기에 불가피하게 계좌를 알려드린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계좌 정보가 포함됐다.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의 모친상 부고 메시지. 연합뉴스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의 모친상 부고 메시지. 연합뉴스

당시 부고장이 이 시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주민들에게도 전달된 점이 알려지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민 A씨는 "당시 부고장을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장과 잘 모르는 사이라 그냥 잘못 보낸 것으로 생각했다"며 "나 말고 주변 지인들도 SNS 등을 통해 부고장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부고 문자에 계좌번호까지 안내돼 있었던 부분은 시장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처사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이와 관련 "비서실에서 시민들에게 고의로 무작위 발송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부고장을 받은 시민들은 조문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불편했을 것"이라면서 "부고장을 무작위로 발송한 것도 문제지만, 조의금을 보낼 시장 명의 은행 계좌번호를 버젓이 넣는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작위로 부고장을 보낸 건 명백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라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을 이 시장은 명심하고, 앞으로 신중하게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 경조사비의 경우 상호부조의 성격이 강하고 전통적인 미풍양속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축·조의금은 5만원까지, 화환·조화는 10만원까지 허용한다.

이에 태백시는 "부고 문자는 불특정 다수 시민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보낸 게 아니라 시장과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하고 있는 지인들께만 발송했다. 부고장을 받으신 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민들께 염려를 끼치게 되어 송구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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