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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명 배임액수 산정, 고 김문기 유서가 단초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추가적인 사업이익 배분조건을 제시하는 사업 제안 신청자에게 평가 점수를 더 주도록 공모지침서를 수정해야 한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한달여 전인 2021년 11월 수기로 작성한 메모 중 일부다. 같은 해 12월 숨진 채 발견된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의 실무를 주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말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5년 성남시장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5년 성남시장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초과이익 환수해야” 메모 남긴 김문기…檢 수사 실마리

2015년 2월 김 전 처장은 위례신도시 공동주택사업 공모를 경험한 주모 팀장에게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검토를 지시했다. 주 팀장은 대장동 사업과 결합 개발 형식으로 이뤄진 1공단 공원 조성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의 70%를 성남도개공에 보장하는 입찰자에게 만점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민용 당시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은 주 팀장의 보고와 김 전 처장의 제안을 묵살했다고 한다. 그해 2월 13일 공개된 공모지침서에는 성남도개공이 확정이익 1830억원을 갖는다는 부분 외에 나머지 초과이익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이처럼 민간에 유리한 방향으로 공모지침서 작성을 유도한 정 전 실장은 평가표에서도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전 항목 만점을 줬다.

김문기 지시로 70% 이익 환수 검토…이재명 배임액 산정 근거

주 팀장이 김 전 처장의 지시로 작성한 공모지침서 초안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묻게 되는 시작점이 됐다. 김 전 처장이 남긴 메모에서 시작된 ‘초과이익환수 묵살 정황’은 이후 내부 검토 보고서와 당시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구체화했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장동 사업 개발이익의 70%(6725억원) 가운데 성남시가 확정이익 형식으로 가져간 1830억원을 뺀 4895억원을 배임액으로 명시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 전 처장은 공모지침서 공개 후에도 주 팀장을 통해 정 전 실장에게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공모지침서 해석을 담은 ‘질의답변서’ 작성 과정에서도 주 팀장이 김 전 처장의 지시를 받아 초과이익 배분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정 전 실장은 “성남도개공의 이익은 1·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대표 구속영장에 정 전 실장뿐만 아니라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주 팀장의 초과이익환수 의견을 묵살하고 질책한 과정도 상세히 담았다.

김 전 처장은 메모에 “네 차례에 걸쳐 초과이익 환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검찰도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설명하며 사업 진행 과정에서 수차례 초과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민간사업자와 결탁한 이 대표 측의 방해가 있었다고 했다. 2014년 11월 이 대표의 성남도개공 공동주택 분양사업 참여 배제 지시를 시작으로 2017년 2월 대장동 민간사업자의 택지 매입 과정까지, 민간의 초과이익을 다섯 번이나 환수할 기회가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李 “개발이익 환수는 시장 의무 아니다” 반박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공모했다’는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해 “제가 공모했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모하지 않고 민간업자를 지정했을 것”이라며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아서 그들은 기득권을 다 잃어버렸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소환조사 때 제출한 입장문에서 “개발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민관 공동개발은 시장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개발이익이 100% 민간에 귀속되도록 특정 개인에게 개발을 허가해도 적법하고 배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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