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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SK온 대신 LG엔솔과 손잡았다…튀르키예에 배터리 생산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5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시회인 'EES 유럽 2022'에 마련된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조감도.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5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시회인 'EES 유럽 2022'에 마련된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조감도.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잡고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운다. 앞서 포드가 SK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합작을 논의하다가 진전이 없자 새로운 파트너를 찾은 것이다.

22일 LG엔솔은 포드, 튀르키예 최대 기업인 코치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3사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수도인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가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상용차에 주로 탑재될 예정이다. 포드‧코치는 튀르키예에 합작사 ‘포드 오토산’을 설립해 연간 45만 대 규모로 버스와 트럭 같은 상용차를 생산 중이며 생산 물량의 상당수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예컨대 포드의 대표 모델인 트랜짓의 경우 2018∼2022년 5년 연속 글로벌 경형 상용차(LCV)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만 연 27만 대(2021년 기준)가량 판매되고 있으며 향후 LG엔솔의 배터리가 탑재될 전동화 모델 E-트랜짓도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

포드·코치와 MOU…2026년 양산 목표 

LG엔솔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유럽 1위 상용차 기업 포드와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연간 200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단독 또는 합작 형태로 전 세계 6개국에 생산라인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 잔고는 385조원에 달한다.

포드는 202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20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포드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300억 달러(약 40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차 판매 중 전동화 차량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권영수 LG엔솔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앞으로 선도적인 고객가치 역량을 강화해 포드‧코치와 함께 유럽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차 산업화 담당 부사장은 “이번 대대적인 투자가 (튀르키예의) 국가적 재난의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며 “자동차 산업에서 튀르키예가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두 기업과 함께 투자 시설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드‧코치는 지난해 3월 SK온과 합작법인 설립 추진 MOU를 맺었으나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결국 이달 초 상호 동의로 MOU를 공식 종료하고, 대신 LG엔솔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 SK온과 논의 당시 3사 합계 투자 규모가 3조∼4조원으로 알려졌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합작 백지화에는 “급할 것 없다” 

한편 LG엔솔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간 이뤄졌던 미국 내 네 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도 무산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업 무산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서두를 게 없다’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이미 수주 잔고를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협상 주도권을 쥐고, 수익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도 포드와 미국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포드와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에 최근 2조여 원을 추가로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은 배터리 시장이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판매자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시장이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수주 계약에서 점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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