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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징조" 지진 방아쇠 당겨졌다…美가 본 여진 시나리오 셋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주민이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주민이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종말의 징조 같았어요. 저는 죽을 거고, 여기에 묻힐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곳은 더는 우리가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튀르키예 안타키아에 사는 무라트 부랄은 2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날 밤에 느꼈던 지진의 공포를 이렇게 말했다. 규모 6.3의 지진은 20일 강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인 하타이주 안타키아 서남서쪽 16㎞에서 일어났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번 지진은 집을 잃고 텐트에서 생활하는 안타키아 주민들에게 새로운 트라우마를 더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에서 6일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에도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최초 지진이 발생한 이후 보름 동안 6000번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292차례 발생했고, 6.0이 넘는 지진도 4번이나 있었다.

계속되는 지진으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재난관리국은 강진 발생 후 누적 사망자 수가 4만 231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1154명이 늘었다. 시리아의 사망자 수(5814명)를 합친 전체 사망자 수는 4만8124명이다.

“많은 응력 쌓여…방아쇠처럼 연쇄 지진 촉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진은 최초 지진이 일어난 진원지 근처나 단층을 따라 발생한다. 최근에 발생한 여진들도 최초 지진이 발생한 동아나톨리안 단층대를 따라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단층대 내의 수많은 단층이 파괴됐다.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해 300㎞ 이르는 지표면이 파열됐으며, 일부 단층은 9m 넘게 이동했다. 그만큼 지진의 파괴력이 강했다는 뜻이다.

지진 전문가들은 앞선 지진이 뒷 지진을 유발하는 일종의 방아쇠 효과를 내면서 강력한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아나톨리안 단층대는 오랫동안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응력이 쌓여있었다”며 “기존의 응력에 지진으로 인한 또 다른 응력이 더해지면서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진보다 더 센 지진 올 수도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있는 한 주택이 지진으로 벽에 균열이 생겼다. APF=연합뉴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있는 한 주택이 지진으로 벽에 균열이 생겼다. APF=연합뉴스

미 지질조사국도 앞으로 한 달간 일어날 3가지 여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90%)는 규모 5.0~6.0에 이르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점차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다. 이런 중간 규모의 지진은 건물의 내진 성능을 약화하거나 오래된 건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10%)는 본진보다 약하지만, 규모 7.0을 넘는 강력한 여진이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마지막 최악의 시나리오(1%)는 본진과 같거나 오히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다.

여진이 더욱 위험한 건 건물이 이미 심하게 손상된 데다 구조 활동에 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여진이 본진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 경우도 있다. 2011년 9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185명이 숨졌다. 이 지진은 앞서 2010년 9월에 발생한 규모 7.1의 여진으로 확인됐는데, 본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피해는 더 파괴적이었다.

주민들이 지진으로 훼손된 건물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민들이 지진으로 훼손된 건물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제 복구 작업을 시작한 튀르키예 주민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여진의 가능성, 즉 지진의 공포와 싸워야 한다. 이번 지진은 본진이 워낙 강력했던 탓에 강력한 여진이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교수는 “단층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응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본진보다 더 큰 지진이 날 수도 있다”며 “방아쇠 효과가 몇 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 만에 지진을 내기도 하기 때문에 불안한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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