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TS·에스파가 한 집에…'무적함대' 하이브에 떨고 있는 가요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엔터

K엔터’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하이브 용산 사옥. 사진 하이브

하이브 용산 사옥. 사진 하이브

 방탄소년단, 엑소, 세븐틴이 하이브 지붕 아래 모일 전망이다. 하이브가 예정보다 일찍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의 지분(14.8%)에 대한 대금(4228억원)을 납부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당초 다음달 6일로 예정돼 있던 대금 납부일을 12일이나 앞당기고 이 전 총괄과의 계약을 매듭지었다. 이로써 명실공히 SM의 1대 주주에 오른 하이브는 K팝 산업 제패에 한걸음 다가섰다.

절대권력 쥔 하이브

하이브가 SM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기존 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 플레디스(세븐틴), 쏘스뮤직(르세라핌), KOZ(지코), 어도어(뉴진스)에 더한 막강한 아티스트IP 라인업을 구축했다. 전체 K팝 시장 매출의 60% 가량(음원·음반 수익 70%, 공연 수익 89%)을 차지하는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NCT와 레드벨벳, 에스파까지 하이브가 보유하게 되면서 명실공히 ‘K팝 무적함대’가 됐다. 여기에 하이브는 영업이익 50%, 지배주주순이익 15%의 레벨업이 발생할 것”이라며 “하이브에게 이번 SM 결합의 시너지가 장밋빛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하이브 CEO. 사진은 지난해 게임사 플린트와 파트너십 발표 현장이다. 사진 하이브

박지원 하이브 CEO. 사진은 지난해 게임사 플린트와 파트너십 발표 현장이다. 사진 하이브

박지원 하이브 대표(CEO)는 계약 체결을 알리면서 ‘SM의 팬, 아티스트, 구성원 및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이브의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SM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하이브의 비지니스 모델과 네트워크 역량을 발판삼아 SM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SM 3.0’의 비전을 존중, SM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배려 ▶하이브 매니지먼트 역량 총동원해 전폭적인 지원 등을 열거하며 SM 독립성을 강조했다.

장철혁 S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에 대해 “하이브가 SM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경영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전체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고 하이브가 주장한 SM의 독립적 경영 보장이 역시 지켜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SM의 팬 플랫폼 사업들은 위버스와 경쟁관계에 있는데, 이수만 지분 취득 후 이들 회사의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지적이다. 장 CFO는 “SM 플랫폼의 가치는 하이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을 뿐, SM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선 효과는 전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카카오와의 제휴는 달랐다”

SM은 카카오와의 업무협약 추진은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상관 없는 비지니스 협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SM 경영진이 직원들 대상으로 약식 설명회를 열고 카카오-SM의 협업은 과거 네이버-YG간 지분 인수와 유사한 형태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2017년 YG에 1000억을 투자, 2022년 분기보고서 기준 지분 8.91%를 보유한 YG의 3대 주주다. YG플러스를 통해 음원 유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YG는 네이버의 음악플랫폼 바이브 운영 대행으로 매출을 확보했다.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2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이수만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SM은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SM 측 법률대리인인은 “YG는 네이버와 자본제휴의 형태로 동맹을 맺었고, 하이브도 두나무와 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연합을 결성했다. 이는 장기적이고 긴밀한 제휴관계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이라면서 “그에 반해 비정상적인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인해 SM은 경쟁사의 영업이익이 10배 성장하는 기간 동안 제자리걸음에 그쳤다”고 밝혔다.

‘왜 카카오였나’라는 질문에는 “SM 입장에선 카카오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네이버는 이미 하이브-YG와 협력 중인데다가, 과거 사업제휴를 추진하던 중에 좋지 않게 중단된 전력이 있다. 카카오와는 상당기간 수차례 이에 관한 논의가 있어왔고 이제 최적의 환경이 구축되었다고 판단돼 순수한 사업 목적에서 신주인수가 결정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은 “상법에 따르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은 기존 주주 배정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만 제3자 발행을 인정한다. SM 측은 정당성 없이 최대 주주를 몰아내고, 지배권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 3자 신주 배정을 했으므로 위법”이라며 “설날에 이사회를 통해 의결된 SM의 신주 발행 결정은 졸속”이라고 반박했다.

“K팝 독과점이 현실로”

하이브와 SM이 ‘한 집’이 된다는 소식에 가요계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뒤숭숭하다. 제작자와 현업 매니저 사이의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한 가수의 매니저는 “그 누구의 편을 들 수도 없다. 인맥과 의리로 가요 시장으로 지켜온 매니저들(현 제작자 위치)에겐 SM 경영진의 반발이 큰 충격일 것이고, K팝의 발전과 함께 일을 시작한 친구들은 하이브의 독점으로 인해 약간의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SM 출신으로 아이돌 1세대를 키워낸 정해익 해피트라이브 대표는 “이수만과 SM 경영진의 충돌 면에서만 보면, 이수만은 그동안 업계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하신 분이고 지금까지 회사를 키우면서 후발 주자들에게 아스팔트를 깔아준 역할을 하신 것은 분명하다.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분을 몰아내고 또 다른 회사를 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빅딜과 관계 없는 가요업계 종사자들도 하이브의 독과점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K팝은 프로듀서의 성향에 따라 자율 경쟁하며 성장해왔는데, 이제는 하이브의 움직임에만 모든 눈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중소규모의 회사들은 눈치 게임 중이다. 한 신인 그룹 매니저는 “열심히 하는 것과 별개로 큰 회사에 있으면 데뷔부터 주목도가 다르다. 하이브가 SM 최대주주가 됐으니 다음 신인은 얼마나 더 앞선 출발점에서 시작할지 여러모로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신인 제작자는 “JYP와 YG 조차 회사 규모만 보면 소규모로 전락하는 건데 이보다 더 작은 회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제2의 방탄소년단과 같은 중소의 기적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M 보다는 이수만, 하이브 보다는 방시혁에게 이익이 있는 거래”라며 “결국 하이브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이 위너가 됐다. 이번 인수로 가장 크게 어깨가 올라갈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 소속 가수들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회사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상식에서 “이수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고정 멘트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에서 에스파는 올해의 가수상-디지털 음원 부문 7월을 수상하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멋진 음악으로 돌아오겠다. 회사 식구들과 언니 오빠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의 가수상-피지컬 앨범 부문 1분기 트로피를 받은 NCT는 “오래 같이 곁에서 함께 해주는 형, 누나들 덕분이다. 우리는 형, 누나들만 있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