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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에겐 리튬 50% 할인” 배터리 1위 中 CATL의 묵직한 한 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배터리 업체 간 경쟁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와의 이합집산이 계속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세계 1위인 중국 CATL은 배터리 공급 가격을 낮추며 공세에 나섰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올 3분기부터 앞으로 3년간 탄산리튬 공급 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20만 위안(약 3800만원)으로 낮춰 공급한다고 밝혔다. 전체 배터리 구매량의 80% 이상을 CATL 제품으로 사용하는 완성차 업체가 주요 대상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관련해 “탄산리튬 가격 50% 하락 조정으로 인해 CATL이 제시하게 될 배터리 셀 가격 하락 폭은 14%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에 짓기 시작한 배터리 공장의 건설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에 짓기 시작한 배터리 공장의 건설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CATL의 가격 인하는 기존 고객사를 묶어두기 위한 ’락 인(lock In)’의 성격이 강하다. CATL로선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앞으로 리튬 가격 인상분을 포기하겠다는 조치다. 업계는 CATL이 자체적으로 리튬 채굴망을 갖추고 있어 이런 공격적 행보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 회사는 글로벌 리튬 채굴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체 배터리의 80% 이상을 CATL 제품으로 채워야 한다. 쉽게 말해 ‘단골’에겐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나오나 리 오토 같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 선에 그친다.

CATL의 글로벌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자체 시장을 굳힌다는 점에서는 무시할 수 없단 분석이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2.3%로 2위이지만, 중국 시장을 포함한 실제 점유율은 32~35% 선에 이를 것이란 게 업계의 평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하 대상인 탄산리튬이 저가형 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의 주원료인 만큼 중국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CATL이 시장을 재편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CATL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 진영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단 점도 국내 업체엔 부담이다. LFP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주력해 온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보다 가격이 30%가량 저렴한 게 무기이지만,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LFP 배터리의 품질이 올라가면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EV볼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배터리 중 16.9%였던 LFP 배터리의 비중은 지난해 27.2%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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