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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인 '새우꺾기' 의혹뒤…개방형 외국인보호소 또 논쟁,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가 지난해 4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개방형 보호 시설’이 공론장에 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주최한 ‘대안적 외국인 보호시설 운영·개선 토론회’ 등에서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반쪽뿐인 개방”이란 지적이 나오면서다. 인권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시설 방문·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주장이지만, “개방을 확대하면 보호소 직원의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 대상이 된 외국인이 추방되기 전까지 머무는 곳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외국인 보호소 2곳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내 보호실 27곳에 강제 출국을 앞둔 외국인 1000여명이 구금돼 있다. 대부분 비자 상 한국 체류 기간이 만기 된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2021년 6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모로코 남성이 외부병원 진료 등을 요구하다가 보호소 직원과 마찰을 빚은 뒤 손발을 등 뒤로 묶인 채 엎드린 이른바 ‘새우 꺾기’ 자세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사단법인 두루

2021년 6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모로코 남성이 외부병원 진료 등을 요구하다가 보호소 직원과 마찰을 빚은 뒤 손발을 등 뒤로 묶인 채 엎드린 이른바 ‘새우 꺾기’ 자세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사단법인 두루

‘개방형 보호시설’은 2021년 6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제기된 의혹을 계기로 등장했다. 당시 수용된 모로코 남성이 외부병원 진료 등을 요구하다가 보호소 직원과 충돌한 뒤 손발을 등 뒤로 묶인 채 엎드린 이른바 ‘새우 꺾기’ 자세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법무부가 내놓은 개선방안 중 하나가 ‘개방형 외국인 보호 시설’ 도입이다.

화성에 도입된 개방형 외국인 보호시설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자료 대한변협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자료 대한변협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화성 외국인보호소 여성동 일부가 개방형 외국인 보호시설(정원 70명)로 전환됐다. 보호 거실 철창을 없애고 주간에 운동장을 개방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PC실과 휴대전화 사용 공간을 별도로 두고 자동판매기·건조기 등을 비치했다. 그전까진 휴대전화는 상담직원의 계호(戒護)를 전제로 허가받아 상담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턴 남성동 일부도 준개방형 보호실(정원 60명)로 운영하고 있다. 철창은 그대로 두지만, 주간엔 개방하고 PC실을 설치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보호실 철창 제거 전 기존 보호실 모습. 사진 법무부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보호실 철창 제거 전 기존 보호실 모습. 사진 법무부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철장이 제거된 개방형 보호시설 모습. 사진 법무부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철장이 제거된 개방형 보호시설 모습. 사진 법무부

“여전히 유리 벽 접견, 이동제한”  

그러나 “이름뿐인 변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화성 외국인보호소를 2차례 방문한 이상현 변호사는 “현행 개방형 외국인 보호시설은 사실상 통제완화형 경비시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개방형 보호동 밖으로 이동할 수 없고 변호인과의 특별접견을 제외하면 접촉차단시설(유리 벽) 없는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4년 전 국내 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던 남아시아 남성 A(당시 33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 아들이 있는데 유리 벽 너머로만 접견이 허용됐다. 죄수복 같은 보호복을 입은 채 아들을 멀리서 만나면 상처를 줄 우려가 있어 접견을 포기했다”며 “인권침해를 개선한다면서 접견은 달라지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운동장 모습. 사진 법무부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개방형 보호시설을 일부 도입했다. 운동장 모습. 사진 법무부

법무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2023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개방형 보호시설을 확대하고 외국인 보호시설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개방형으로 갈수록 보호소 직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비례해 증가한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대안적 외국인 보호시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일 변호사는 “개방형 보호시설 도입은 구금 환경 개선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해외처럼 비구금 원칙에 대한 논의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보호정책 TF를 중심으로 개정된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시행세칙 등을 고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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