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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에게도 다가온 WBC…“4년 뒤에는 한국 국가대표로”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T 주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권은 다음 달 열리는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최근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T 주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권은 다음 달 열리는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변변한 지원도 없다. 어떤 등번호를 달고 뛸지조차 모른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평소 하던 대로 준비해 자신의 실력만 발휘하려고 한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는 28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부터 소집돼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국가대표 한 명이 더 있다. 바로 중국 대표팀으로 발탁된 KT 위즈 오른손 투수 주권이다. 최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주권은 “이곳 날씨가 조금 쌀쌀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이 도와줘서 몸 상태를 착실히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WBC가 열리나 생각했는데 개막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 후회 없이 대회를 마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WBC를 주관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가 본인의 국적은 물론 부모의 혈통을 따라서 나라를 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국적의 토미 에드먼이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비롯해 같은 미국 출신의 라스 눗바와 에릭 소가드, 작 피더슨은 각각 일본과 체코, 이스라엘 유니폼을 입는다. 또, 일본의 마사고 요스케와 브라질의 티아고 다 실바는 중국과 이탈리아 소속으로 WBC를 밟는다.

최근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T 주권이 훈련을 하고 있다. 주권은 다음 달 열리는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최근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T 주권이 훈련을 하고 있다. 주권은 다음 달 열리는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1995년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권도 이들과 같은 케이스다. 2017년 WBC에서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했고, 이번에도 중국야구협회의 요청을 받아 어렵게 참가를 결정했다. 주권은 “4년 전에는 예상치 못한 비난을 많이 들었다. 중국을 택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정도의 여론은 감수했다”면서 “그러나 나를 응원해주시는 응원의 댓글도 많이 받았다. 큰 힘이 됐다. 솔직히 말하면, 야구할 맛이 낫다”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옆에서 훈련 중인 한국 국가대표들과 비교하면 지원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KBO는 투수들에게 일찌감치 WBC 공인구를 전달하는 한편,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와 달리 주권은 공인구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대회에서 어떤 등번호를 달고 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주권은 “아직은 중국야구가 걸음마 단계이지 않나.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 됐든 WBC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가 아닌가. 2017년에는 멋모르고 뛰었지만, 이번에는 시야를 넓혀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또, 4년 뒤에는 꼭 한국 국가대표로 나가고 싶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 꿈이 더 커졌다”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혈통 따라간 주요 WBC 국가대표들
한국 : 토미 에드먼(미국)
일본 : 라스 눗바(미국)
중국 : 주권(한국), 마사고 요스케(일본)
체코 : 에릭 소가드(미국)
캐나다 : 프레디 프리먼(미국)
이탈리아 : 맷 하비(미국), 티아고 다 실바(브라질)
이스라엘 : 로버트 스탁, 작 피더슨(이상 미국)
※괄호 안은 원래 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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