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 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김태욱 셰프의 코멘터리: 고급 식재료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랍스터(바닷가재)’다. 최근 들어 미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구매할 수 있는 유통 경로도 다양해지면서 집에서도 쉽게 랍스터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삶은 랍스터는 버터를 녹인 팬에 구워 향을 입히고, 여기에 부드러운 치즈 폼을 얹으면 누구나 파인다이닝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미식을 대표하는 식재료 중 하나인 랍스터 요리. 삶은 랍스터 꼬리를 버터를 녹인 팬에 굽고 위에 치즈폼을 올렸다. 사진 송미성
‘랍스터’의 역사는 흥미롭다. 최고급 식재료라는 지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과거에는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이름이 거미(loppe)라는 뜻의 고대 영어에서 파생된 것만 봐도, 당시 랍스터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 과거 랍스터는 흔한 식재료 중 하나였다. 실제로 17세기까지만 해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랍스터를 잡아 비료로 밭에 뿌렸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노동자들은 노동 계약서에 1주일에 세 번 이상 랍스터를 식사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아무리 맛있는 재료라 하더라도 매일매일 주식처럼 먹으면, 그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물론 지금의 나는 충분히 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으로 인해 먹거리가 부족해지면서 식재료를 배급할 때 품목별로 수량을 제한했다. 하지만 랍스터는 워낙 흔했기에, 수급 제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랍스터를 즐기며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했고 이 시기를 지나며 자연스레 미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