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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편 무시 못해”…대구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 보류

중앙일보

입력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점심시간 휴무제 캠페인을 하고있다. 뉴스1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점심시간 휴무제 캠페인을 하고있다. 뉴스1

대구 8개 구·군에서 오는 4월부터 시범 실시할 계획이었던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가 보류됐다.

"시민 불편 우려 커" 
22일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협의회장을 맡은 조재구 남구청장은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민 불편 우려도 큰 만큼 잠정 보류하고 필요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먼저 의회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며 “시민 의견을 듣고, 조례 통과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 건강권과 복지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주민센터나 구청 민원실 등 운영을 중단하는 제도다.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최초로 시작해 경기 양평군, 충북 제천시와 보은군, 전남 담양군과 무안군 등 상당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개정된 민원처리법 시행령에 ‘민원실 운영’ 조항(제8조의3)을 신설했다. 오는 4월 시행을 앞둔 해당 조항은 민원실 운영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규정하면서도, 민원실 운영 시간과 방법을 “해당 자치단체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조합원 등이 대구시청 동인청사 주차장에서 '점심시간 휴무제 반대하는 홍준표 시장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조합원 등이 대구시청 동인청사 주차장에서 '점심시간 휴무제 반대하는 홍준표 시장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대구에서는 협의회가 지난해 11월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예고했다. 당시 올해 1~3월 시민 홍보 기간을 거쳐 4~10월 시범 도입 기간을 갖기로 했다.

시민 "민원처리하려면 휴가 내야" 
하지만 많은 시민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24에서 처리 가능한 민원업무가 많지만, 여전히 인감증명처럼 직접 방문해 떼야 하는 서류도 여럿이어서다. 대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은 “점심시간 휴무제가 도입되면 민원을 보러 반차를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점심시간 휴무제를 운용 중인 울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많이 안정됐지만, 초반에는 ‘불편하다’는 민원이 여럿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에 반대했다. 홍 시장은 협의회의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예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점심시간에 민원실 셔터를 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은 생업에 종사하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을 보러 오는 시민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조치다”며 “주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지 공무원을 위한 행정을 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교대근무라도 해서 민원의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에 대한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글. [사진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캡처]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에 대한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글. [사진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캡처]

공무원 노조는 반대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는 이날 ‘점심시간 휴무제와 관련해 대구지역 기관장들의 비겁함에 분노를 토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홍준표 시장이 무서워서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약속을 내팽개치고 시민의 탓으로 돌려버렸다"며 “점심시간에 민원 업무를 보러 오는 분이 많지 않다. 밥 한 끼 마음 편하게 먹고 싶다”고 했다.

앞서 노조 측은 “점심시간 1시간 휴식은 단지 배고픔만을 면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공무원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을 존중할 수 있어야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도 존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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