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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안 설득할 한동훈…"'돈 부스럭' 그때보다 더 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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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체포안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부는 21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제안자가 안건 취지를 설명한다’는 국회법 93조에 따라 한 장관이 직접 체포동의안 요청 사유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 장관은 27일 체포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직접 이 대표 구속의 필요성을 역설할 예정이다. 직후에는 이 대표가 이를 반박하는 신상발언을 한 뒤 무기명 투표로 표결이 진행된다. 재적 의원 과반(150명 이상)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체포안은 가결된다.

친윤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이 매우 구체적으로 이 대표의 혐의를 나열하면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 것”이라며 “이를 시청하는 국민도 이 대표의 부정부패 혐의를 낱낱이 알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친필 서명이 담겨있다. 장진영 기자

법무부가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친필 서명이 담겨있다. 장진영 기자

앞서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안 표결 당시 5분 30초 동안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당시 한 장관은 “노 의원이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며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가운데 원고를 읽은 한 장관은 말미에 “국민이 오늘의 이 결정을 지켜보고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부결되긴 했지만 마치 연설을 하는 듯한 한 장관의 모습을 두고 ‘정치인 한동훈의 데뷔 무대’라는 말이 많았다. 이번에는 더 긴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열린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표결에 앞서 요청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열린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표결에 앞서 요청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이번에도 한 장관이 나서는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한 장관의 정치적 무게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차출설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미리 야당과 정면 대결하는 모습을 유권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서울 종로나 강남권 출마를 통해 한 장관이 수도권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는 강하다”며 “이번 기회로 한 장관의 야당과 잘 싸울 수 있는 똑 부러진 정치인이리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체포안 표결을 차기 대선 주자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와 한 장관이 각각 24.6%, 11.1%로 1·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사람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창(한 장관)’과 ‘방패(이 대표)’로 차례로 연단에 올라 대결을 펼치게 된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마치 2013년 국정감사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이 10년간 회자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체포동의안 요청 설명은 ‘정치인 한동훈’의 핵심 장면으로 유권자 뇌리에 박힐 것”이라며 “만약 이 대표와 한 장관이 차기 권력을 놓고 다투게 되면 ‘이재명 대 한동훈’이 격돌하는 첫 장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권 일각에선 한 장관이 자주 전면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거론된다. 그가 아직 선거를 치른 적이 없는 데다가, 중도층을 규합할만한 이미지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이 특정 사안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톤 앤드 매너’는 조금 거북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비호감도를 극복하지 못해 민주당 진영의 유력주자로만 머물렀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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