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재의 사람사진/ 한경록
지난 11일, 가수 김수철씨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수많은 관객과 함께하는 열띤 공연 모습이었다.
그 영상에 잇따라 온 문자는 ‘홍대 경록절 공연 실황’이었다.
‘경록절’이라니 지난해 만난 크라잉넛 한경록의 얄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잘 놀았을 뿐인데 상을 주네요”라면서 웃는 모습이 꽤 얄궂은 터였다.
사실 그의 이름을 딴 생일파티 겸 인디음악 축제가 ‘경록절’이다.
그런데 이 생일 파티로 그가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은 터였다.
코로나 시대임에도 온라인 축제로 음악인을 연결한 공로였다.
2022년엔 최백호, 한영애, 부활, 마미손, 이날치, 코카엔버터, 이승윤 등
다양한 세대와 장르의 음악인들이 온라인으로 등장했다.
참여 음악인이 무려 108명에 이를 정도였으니 가히 온라인 축제였다.

‘경록절’은 2월 11일인 한경록의 생일인 파티에 인근 뮤지션들이 오가며 공연을 하고 놀던 데서 출발했다. 이렇게 시작된 ‘경록절’은 밴드와 예술인은 물론 일반 관객들이 몰려드는 명실공히 ‘홍대 명절’이 된 게다.
첫 ‘경록절’이란’ 이름의 시작은 2007년이었다.
한경록이 "내가 쏠게"라며 사비로 파티를 열면서 시작된 터였다.
이 파티에 참석한 밴드들이 무료로 공연하면서 본격적인 판이 열리게 됐다.
이후 명성을 얻으면서 주류 회사에서 술을 제공하는 정도까지 커졌다.
급기야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800명 규모 공연장에서 열릴 정도가 됐다.
이렇듯 개인의 생일이 ‘경록절’이라는 이름의 홍대 명절’이 된 게다.
그는 코로나 시대임에도 온라인 행사를 강행한 이유를 이리 밝혔다.
“중세에 흑사병이 돌고 난 뒤 예술이 부흥해 르네상스가 찾아왔잖아요.
역병 속에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새로 생기는 공연장에서 오프라인 '경록절'을 열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홍대를 먹여 살리겠다”고 했던 한경록의 우스개가 2023년의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다.
그의 바람처럼 올해는 ‘2023 경록절 마포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닷새간 열렸다.
김수철을 필두로 120여 팀이 무료 공연으로 참여했다.
더욱이 르네상스에 걸맞게끔 미술·문학까지 아우르는 대형 페스티벌로 커졌다.
마포아트센터 갤러리맥에서 아티스트 8인전 '로큰롤 르네상스'가 열렸으니 말이다.
이는 16년 전 "내가 쏠게"를 외쳤던 음악인이 만들어낸 ‘2023년의 르네상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