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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달의 예술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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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음대 교수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음대 교수

모차르트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순진무구하고 경이로운 신동과 절대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신적인 존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의자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작았던 그가 클라비어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듯이 그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연주자였고, 4살에 작곡을 시작하여 8살 무렵 작품을 출판하였으며, 9살에 첫 교향곡을 썼다. 전기작가 게이(P. Gay)는 모차르트가 5살이 되면서 ‘연주자’에서 ‘창조자’로 필연적인 도약을 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동시에 모차르트는 ‘신의 전령사’로 불렸다.

『신적인 천재 모차르트』를 쓴 파이퍼(K. Pfeiffer)는 “모차르트 현상의 파악 불가능성, 도달 불가능성 그리고 오로지 한 번만 나타나는 일회성 등을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신적인 본질’, 즉 그의 음악이 천상에서 왔다는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그 어떤 아름다움을 체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KCO, 총 10회에 걸쳐 46곡 대장정
‘신동’과 ‘신’, 두 얼굴의 모차르트
현대에도 큰 울림 주는 고전음악

지난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 장면. 2019년 12월 시작된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열였다. [사진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지난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 장면. 2019년 12월 시작된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열였다. [사진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이러한 모차르트의 두 면모를 깊이 있고 풍성하게 보여준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KCO)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KCO는 한국 최초로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2019년 12월 28일 시작한 첫 연주회 이후, 2023년 2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열 번째이자 마지막 음악회에서는 교향곡 10번-20번-23번-30번과 마지막 교향곡 41번 ‘주피터’가 연주되었다. 1년 동안 진행되는 시리즈로 계획되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단되었고, 그럼에도 재개되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한국 최초의 전곡 연주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모차르트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KCO는 노력이 돋보였다. KCO의 모차르트 사운드는 현대적이고 명쾌했다. 중후함과 유머를 겸비한 지휘자 랄프 고도니의 열정과 내공은 공연의 중심을 견고하게 다지며, 명쾌하고 생동감 있는 현파트와 질감 있고 정확한 관파트의 대화를 끌어냈다. “그냥 평소대로 연주했죠”라고 마지막 공연 후 소감을 담담하게 말하는 KCO 김민 대표는 80세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공연마다 열정적으로 모차르트를 파고들었다.

지난 8일 마지막 공연에서 연주된 ‘교향곡 20번’ 제2악장에서 플루트 선율과 현 앙상블의 균형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몇 개의 음을 연결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모차르트의 음악성에 경탄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담긴 ‘모차르트적 행복함’을 유감없이 구현한 KCO의 사운드에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어린 모차르트가 작곡한 ‘교향곡 1번’과 삶을 마감하기 전에 작곡한 ‘교향곡 40번’이 한 무대에 오른 공연에서는 신동의 발랄함과 성숙한 양식을 비교할 수 있었다. 10대의 모차르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작곡한 ‘교향곡 10번’과 잘츠부르크에서 교회에 충돌하는 상황 중에 작곡한 ‘교향곡 30번’은 혈기 넘치는 그의 내면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공연마다 다섯 곡 정도의 교향곡이 시대순으로 연주되어, 모차르트의 삶의 서사와 스타일의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로써 모차르트가 신동에서 머무르지 않고, 36세가 채 안 되어 삶을 마감할 때까지 그 천재성을 간직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음악학자와의 협업을 통해 공들여 준비한 두꺼운 작품 해설 자료와 QR 코드로 제공된 안내 영상은 이번 프로젝트의 무게감을 더했다. 음악학자 이성률은 모차르트 교향곡의 특성으로 ‘단순한 구도 속에 담긴 복합적인 음악적 짜임새, 경쾌함과 무거운 슬픔이 공존하는 감정의 다면성, 오페라적인 요소를 교향곡에 접목하여 나타난 매력적인 선율선’ 등을 꼽았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이 있듯이, 작품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통해 청중은 모차르트의 세계에 한 발 더 내디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총 열 번의 공연 중 반 정도 참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연마다 객석의 많은 부분을 채운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노년 관객들이었다. 지긋한 시선으로 연주를 감상하고 곡이 끝난 후 열정적인 박수로 연주자를 격려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예술에 대한 관심과 모차르트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21세기에도 모차르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더 새로운 것, 더 자극적인 것에 열광하는 오늘날 ‘고전’은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모차르트 전곡 연주 같은 품격있는 공연이 지속해서 나오기를 소망한다.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