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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미래다] “공학교육은 국가와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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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공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역대 첫 3연임 김우승 원장에게 듣는다

전문 역량 키우는 ‘공학교육인증제’
효율성 등 재평가로 참여 대학 증가

디지털 기반 산학 연계 교육 활성화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것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격변기에 있어 최대의 위기는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과거의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 해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조인기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격변기에 있어 최대의 위기는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과거의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 해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조인기

저출산과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대학이 위기에 봉착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은 대학의 혁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김우승 원장(한양대 총장)은 “공학교육은 국가와 대학이 직면한 복합적, 다층적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이자 결과여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급변한 교육환경에 맞게 교육 내용과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4월부터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공인원)을 이끄는 김 원장은 산학(産學)협력 개척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에게 위기의 시대, 공학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물었다.

코로나 4년차, 대학 공학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3년간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노력으로 공학교육의 내용·방법·환경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온·오프 교육환경 구축뿐 아니라 커리큘럼 재구조화, 디지털 교수학습 방법의 실행 등이 그 혁신의 결과물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핸즈온(Hands-on) 경험이 중요한 공학교육에서는 비대면 실감형 가상실험·실습 콘텐트, 공학교육 플랫폼, 공학교육 콘텐트 빅데이터 구축도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지역, 대학, 기업이 협력해 우리 사회와 산업체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이야말로 그간 구축한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통해 산학 연계 교육을 활성화할 기회라 생각한다.”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창의적 인재’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그저 존재하는 것들의 연결(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마트폰 역시 전화·음악·인터넷 등 기존의 것(경험)들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결국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있던 것들을 융합해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또 그걸 갖춘 사람이 창의적 인재다.”
창의적 인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할까.
“경험 기반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학습은 곧 경험이고, 그 외의 것은 정보에 불과하다(Learning is experience. Everything else is just information)라고 말했다. 요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화제다. 어떤 질문에든 거침없이 답하더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대학은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에서 벗어나 사회·기업과 소통하고 연계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캠퍼스 밖에선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양대의 경우 산학연계 문제기반 프로젝트 수업 ‘IC-PBL(Industry -Coupled Problem(Project)-Based Learning)’을 운영하고 있다. 제가 2017년 한양대 ERICA 부총장 시절 만든 수업 플랫폼인데,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사회계 전공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공인원의 공학인증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위기의 시대, 대학의 역할을 공학교육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대학은 학생들이 반도체·에너지·신소재 등 보다 다양한 공학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학교육이 훌륭한 공학 인재를 길러낼 때 대학이 지역혁신과 지역균형발전의 허브로서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다. 대학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지자체, 산업체가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산업체의 요구와 대학 교육과정의 미스매치에 대한 지적이 있다.
“그건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다만 미스매치의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학들은 공인원이 주도하는 ‘산업계관점 대학평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 수요에 부합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시행 중인 제도인데, 지난해부턴 주요 산업뿐 아니라 신산업 분야 평가를 추가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산업계관점 대학평가에서 최우수대학 등급을 받은 학과의 평균 취업률은 유사학과의 취업률보다 평균 5%가량 높았다. 그만큼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또 공인원의 ‘공학교육인증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의 공학교육에 기준을 제시하고 인증하는 제도인데,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학과)을 이수하고 졸업 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취업할 때 우대를 받는다.”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이수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현재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서울반도체 등 많은 기업들이 서류 전형에서 인증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하고, 일부 기업은 서류뿐 아니라 면접전형에서도 가점을 부여한다. 쉽게 ‘운전면허증’에 비교할 수 있겠다. 운전자가 차를 가지고 나가려면 면허를 따야 하지 않은가. 공학교육인증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기업체들이 믿고 써도 좋다는, 최소한의 인증이다. 공학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무대에서도 혜택을 보고 있다. 공인원이 공학교육 국제협의체인 ‘워싱턴어코드’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한국 대학 졸업생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중국 등 총 21개 회원국 어디에서나 같은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시드니/더블린어코드’와 ‘서울어코드’에도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최근 공학교육인증을 종료했다가 다시 진입하는 사례가 있다는데.
“많은 일선 대학들이 학령인구의 급감, 대학 구조조정에 의한 재정위기 등으로 공학교육인증을 중도에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공학교육인증제의 학습성과 관리체계의 효율성, 졸업생 역량의 우수성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다시 인증에 참여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의 K대학을 비롯해 올해는 충남지역의 K대학 및 10여 개의 전문대학이 있다. 현재 공인원은 관련 규정을 개정해 인증 중지를 철회하고 다시 인증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 인증 판정의 기준과 절차를 개선해 인증 참여와 유지에 드는 대학들의 행정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대, 9대 원장을 지낸 데 이어 10대 원장 후보로 만장일치 추천을 받았다는데.
“앞으로 2년간 공인원을 더 이끌 것 같다. 역대 공인원 원장 중 3번 연임한 사례는 없다. 어깨가 무겁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예정이다. 인증제의 불편한 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 제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양질 전환’이라는 말이 있듯, 일정한 양이 누적돼야 질적인 변화도 이끌 수 있다. 현재 어려움에 부닥친 대학들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 해도 눈길을 줄 여력이 없다. 결국 공인원이 더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인증제도의 효과와 효용성을 널리 알리고, 지속가능성이 있는 방향을 제시하겠다. 마지막으로 대학과 학생들이 ‘공학교육인증제도는 받으면 좋은 것이 아닌 꼭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인식의 전환’을 이끌겠다.”

*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국내 대학의 공학 교육 프로그램 기준과 지침을 제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며 실무능력을 갖춘 공학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999년 설립한 교육부 등록 사단법인이다. 지난 2007년 국제표준인 ‘워싱턴어코드’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해 우리나라 공학교육 인증 졸업생이 회원국에서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고 있다. 또 국내 대학, 산업체, 관련 부처와의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 긴밀하게 협력하며 산업체와 공학 커뮤니티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인증기준과 평가과정에 반영한다. 2023년 현재 73개 대학 389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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