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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엔 생산인구 1인당 나랏빚 1억원…재정준칙은 낮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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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18세가 됐을 때 떠안아야 할 나랏빚은 1억원을 넘게 된다. 오는 2040년 한국의 나랏빚을 15~64세 인구로 나눈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를 분석한 결과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1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2022~2026년 증가 속도(연평균 5.9%)를 유지할 경우, 국가채무는 ▶2030년 1690조원 ▶2040년 2996조원 ▶2050년 5311조원으로 급증한다. 반면 저출산 여파로 조세 부담의 주체인 생산가능인구는 ▶2030년 3381만명 ▶2040년 2852만명 ▶2050년 2419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이에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는 지난해 2914만원에서 2030년 약 5000만원(4998만원)이 되고, 2040년에는 1억원을 넘으며(1억504만원), 2050년 2억1955만원으로 불어난다. 국가채무 증가에, 파괴적 수준의 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증가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팔라진다.

이처럼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인은 나랏빚이 급증해서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부 중 가장 많은 10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 속도가 유독 빨랐다. 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6년 말 626조9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문 대통령 재임기간 약 400조원이 늘어, 지난해 1068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전까지는 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200조원 넘게 늘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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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뀐 올해도 증가세는 멈추지 않는다. 재정당국은 연말 국가채무를 지난해보다 6.1% 늘어난 1134조4000억원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실물경제 부진으로 ‘세수 펑크’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최근 경기악화와 난방비 폭탄 사태 등으로 추경을 거론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국가채무는 앞으로도 늘어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노인 수가 늘어 복지 수요는 커지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세수는 줄어든다. 한경연은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근거로 분석했는데,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명대가 무너질 것이 확실시된다. 당초 예상보다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나랏빚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저출산 문제는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한 국가 채무는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 미래 세대의 짐이 된다”며 “재정의 역할을 지키되, 건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재정준칙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권고했다.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정준칙 관련 법안은  6개월 넘게 국회에서 방치된 상태다. 정부는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재정준칙 도입안은  제대로 논의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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