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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해본 형님들…WBC 코치진도 드림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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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7월 야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이강철(57) 감독은 몇 달간 장고를 거듭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할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경험과 지도력을 최우선 조건으로 놓고 고르고 또 고른 끝에 ‘초호화’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1군 감독을 지낸 김기태(54) 타격 코치를 필두로 김민호(54) 3루·작전 코치, 김민재(50) 1루·수비 코치, 진갑용(49) 배터리 코치, 정현욱(45) 투수 코치, 배영수(42) 불펜 코치, 심재학(51) 퀄리티컨트롤 코치 등으로 드림팀을 꾸렸다. 모두 프로야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왕년의 스타’들이다.

WBC 코치진

WBC 코치진

코치진 가운데 역대 WBC에서 활약한 이들도 적잖다. 김민재·진갑용·정현욱·배영수 코치가 주인공이다. 유격수 출신의 김민재 코치는 2006년 1회 WBC 대회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착실한 수비로 대표팀 내야진을 책임졌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일화도 함께 남겼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 미국과의 2라운드 경기 당시 세계적인 스타 데릭 지터(49)에게 다가가 ‘팬심’을 밝혀 화제가 됐다.

대표팀과 KIA 타이거즈의 연습경기가 열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김 코치는 “사실이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내가 일방적으로 ‘당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당시 경기에서 지터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았다. 그러자 지터가 다음 이닝 때 ‘그런 타구를 잡아내느냐’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째려봤다. 그래서 나도 ‘미안하다’면서 ‘사실 나는 당신의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내용이 일종의 고백처럼 와전됐다”며 웃었다.

17년이 지났지만, 당시 기억은 생생한 눈치였다. 김 코치는 “이번 대회에선 일본의 전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당시 미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그 미국을 이기지 않았나. 후배들도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공격형 포수였던 진갑용 코치에게도 WBC는 잊을 수 없는 무대다. 2006년과 2013년 대회에 출전했던 진 코치는 “WBC는 모든 야구인의 꿈이다. 축구의 월드컵처럼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선수들에게 이야기할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 때보다 지금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현욱 코치도 WBC 무대에서 야구팬의 사랑을 받았다. 정 코치는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한 2009년 대회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5경기에서 10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마당쇠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때 투혼을 발휘한 덕분에 ‘국민 노예’라는 별명도 얻었다.

정 코치는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그때는 몸을 잘 만들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공을 많이 던질 수 있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지금까지 흐뭇한 추억으로 남아있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투수진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베테랑은 물론 어린 선수들 모두 뛰어난 공을 던진다. 신구 조화를 잘 이루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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