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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날 자르라고 지목했다" 구글서 잘린 직원들 폭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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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 인간처럼 대화하는 챗GPT를 필두로 교육·법률·의료·행정 서비스 등에서 빠르게 생성형 AI 도입이 확산하는 가운데 평가·승진·해고 등 직장 내 인사 문제까지 AI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채용 및 직무 매칭 등에서 데이터베이스(DB) 활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 개인의 ‘일자리 살생부’를 AI에 일임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상황은 이렇다. 지난달 구글에서 정리해고된 직원 1만2000명 중 수백명이 단체 채팅방에서 '회사의 갑작스러운 감원'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다 이번 해고자 명단을 경영진이 아닌 AI가 추출했을 거란 데 의견이 모였다. 사측이 '어떠한 법률도 위반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이 정한 커트라인에 따라 해고자를 골라냈을 거란 의혹이다. 구글을 포함한 알파벳 전체 계열사 직원은 약 20만명으로 이번에 해고된 직원은 전체의 6%다. 앞서 구글이 대량 해고 사유로 경기 침체 등을 거론하자 노동조합은 최근까지의 실적을 볼 때 이는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구글에서 해고된 직원들이 지난 2일 뉴욕의 구글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구글에서 해고된 직원들이 지난 2일 뉴욕의 구글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구글은 즉각 "정리해고 과정에서 어떠한 알고리즘도 개입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해고 커트라인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로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박탈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용주는 해고 사유를 어느 선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고 WP는 전했다.

"AI로 해고자 추출, 기술적으론 가능"

전문가들은 'AI가 해고자를 골라냈다'는 전 구글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조셉 풀러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WP에 "미국에선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생활용품 제조 회사까지 직원들의 경력과 자격·기술 등을 총망라한 DB를 구축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업무별로 최적화된 인력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인력 관리를 하고 있다" 설명했다. 이처럼 이미 AI가 채용과 면접, 직무 매칭, 승진 등 인사 전반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최적의 직원' '고성과자'를 골라내는 현재의 시스템을 역이용하면 저성과자를 추려내 해고자 명단을 짜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소프트웨어 평가 사이트인 캡테라가 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응답자 98%가 올해 직원 해고를 결정할 때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캡테라의 시니어 분석가인 브레인 웨스트폴은 "정리해고와 같은 까다로운 결정 때 인사 관리자는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때 알고리즘에 의존하면 중압감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에서도 일부 대기업이 입사자 서류전형이나 사전 면접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인사 업무 중 서류전형·면접·직무 매칭에 한정해 AI를 적용하는 편이다. 예컨대 한국질병예측연구소는 연구원 정보 DB를 구축해놓고,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가 나올 때마다 AI로 최적의 연구원를 추천받아 팀을 꾸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AI를 직원 고과나 해고에 활용하는 국내 기업은 없다고 한다.

취업 준비를 하는 이화여대 학생이 29일 이화여대 ECC 內 내일라운지에서 ai 면접을 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취업 준비를 하는 이화여대 학생이 29일 이화여대 ECC 內 내일라운지에서 ai 면접을 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무엇보다 미국과 기업·조직 문화가 다른 한국에선 AI가 개별 평가에 응용되는 게 시기상조로 평가된다. 통상 미국에선 직원의 개별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역점을 두지만, 한국에선 회사·부문·본부·팀·파트에 대한 평가를 순차 진행한 뒤 이 같은 ‘조직 평가’를 토대로 개인 고과를 매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개인 역량이 뛰어난 직원도, 소속 본부나 팀에 따라 전혀 다른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한국식 평가 구조에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건 아직까진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채용 시 AI 면접 결과 활용 반영 정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고용정보원]

채용 시 AI 면접 결과 활용 반영 정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고용정보원]

"알고리즘 결정 따랐다"…책임전가 이슈

'책임 전가' 이슈도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인사 관리처럼 예민한 문제를 알고리즘에 의지할 경우, 이를 조정할지 말지에 대한 최종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은 인간 관리자의 몫"이라면서 "잘못된 결과까지 '알고리즘에 따랐을 뿐'이라 얘기하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사관리자가 책임을 알고리즘에 떠넘길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다. 미국의 인사노무 관련 전문 변호사인 잭 봄배치는 "인사관리에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리더가 해고 결정을 AI에게 단독으로 맡길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특히 "알고리즘이 성별·인종·나이에 따라 편향된 결과를 도출하지 않도록 주의깊게 관리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실제로 한국도 관련 법안 개정이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자동화 의사 결정'은 인사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이 알고리즘 등에 의해 '자동 처리' 됐을 때, 처리 정지나 재처리를 요청하거나 고용주에게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직장문화 개선 기대도

일각에선 AI를 제대로 활용하면 직장 문화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인사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엄청난 정보가 필요한데, 이제껏 담당자의 직관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하며 "관리자가 AI를 활용하면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좀더 합당하게 의사결정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챗GPT가 미국 교육 현장에서 누군가에겐 커닝 도우미로, 다른 이에겐 창의력을 배가시키는 교구로 쓰이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오 소장은 "인사관리의 AI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를 높이고 합리적인 직장문화 개선을 이끌 수 있다"며 "결국 AI를 잘 쓰는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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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사전챗GPT(ChatGPT)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알트만 Y콤비네이터 전 회장이 공동 설립한 오픈AI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2022년 11월 30일 무료 공개됐다. 챗GPT는 1750억개 이상의 매개 변수를 가진 초거대 언어 처리 모델인 GPT3.5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전제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등 수준 높은 정보 처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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