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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월례비' 한달 1700만원…앞으론 '면허 취소' 처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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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건설현장 불편부당행위 근절 대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건설현장 불편부당행위 근절 대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정을 맡은 A업체 대표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3개월간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월례비로 2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한 달 평균 1700만원에 이른다.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태업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건넬 수밖에 없었다.

김양록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장은 “타워크레인 7대가 세워진 순천의 한 현장은 크레인 한 대당 500만원, 총 3500만원씩 지급한 곳도 있다”며 “광주전남 여러 현장에서 부당한 월례비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공사현장 업체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와 월례비, ‘추가작업비(OT 비용)’ 등을 합해 매달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이 현장의 타워크레인 작업자는 본인 명의 통장으로 받으면 소득세가 늘어날 것을 염려해 가족이나 친지를 ‘유령 근로자’로 등록해 그 쪽에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성호 전문건설협회 기획조정팀장은 “월례비가 과다하다며 업체에서 자정 노력에 들어가자 조종사들이 OT비 등 다른 명목으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월례비를 받아온 전국의 타워크레인 기사는 438명이다. 이들이 수령한 총액은 243억원으로 1인 평균 5560만원, 상위 20%는 9470만원을 받았다. 이는 증빙자료가 있는 신고 건수만 취합한 액수여서 실제 월례비 지급액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월례비는 하도급업체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으로 당초엔 수고비 명목의 ‘담뱃값’에서 지금은 500만∼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런 관행들은 앞으로 정부의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받게 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부당한 월례비를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는 면허 정지·취소 등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 전임비와 채용 강요 등 행위에 대해선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이달 내에 구성하고, 관계부처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월례비 등 부당한 금품을 수수할 경우 ‘국가기술자격법’의 성실·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한 것으로 봐 조종사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는 현행 규정으로 가능한 것으로 이날 이후부터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달부터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노조 조속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일자리 독점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지금은 노조 가입비 4000만원을 내야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현장 불법을 일단 강도 높게 제재한 뒤 정상적 수요공급 질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광주고등법원이 관행적으로 지급한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지급한 거라면 합법적 근로계약 내에 포함돼야 한다”며 “사실상 강요 또는 협박에 의한 월례비 지급은 현행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해 면허정지를 할 수 있는 벌칙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불법을 근절하는 동시에 건설근로자 보호조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 의심현장에 대해 상시 현장 조사를 하고, 불법 하도급 조기경보 시스템을 개선해 적발률을 높일 계획이다. 또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공사대금 직접지급 사업장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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