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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가 러시아산…국민생선 명태가 '금태'됐다, 1마리 3600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원도 인제 황태덕장에 명태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인제 황태덕장에 명태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싱싱한 생태, 말리면 북어, 얼리면 동태, 얼렸다 녹였다 하면 황태, 코를 꿰어 꾸덕꾸덕 말리면 코다리, 새끼는 노가리….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머리부터 꼬리까지 탕·찜·구이·조림·젓갈·포로 먹는데 어찌 명태를 ‘국민 생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랴.

하지만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표 서민 음식인 명태에 ‘금(金)태’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1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다 각종 물가 상승 여파 때문이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파는 명태 1마리당 소매가격이 2월 기준 3608원으로 분석됐다. 1년 전과 비교해 50% 가량 뛰었다. 마리당 명태 가격은 2019년 2362원→2020년 2547원→2021년 2581원 등 200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4월부터 3000원대에 올라섰다. 지난해 9월 3837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명태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국내에선 2019년부터 명태 포획을 금지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로 들여온 명태의 98%가 러시아산이었다. 러시아산 명태를 국내로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러시아 배가 잡은 명태를 수입해 들여오거나, 러시아와 한국이 합작해 세운 선사가 명태를 잡아 들여오거나, 러시아 허가를 받은 국적선이 직접 명태를 잡아 들여오는 경우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명태 가격이 치솟은 건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영향이 컸다. 전쟁 직후 수급을 우려한 국내 도매상이 명태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사들였다. 지난해 4월에만 러시아산 명태 5만7000여t을 수입해 수입량이 1년 전(1만7000여t)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명태는 냉동 상태로 3년까지 보관할 수 있는데 지난해 비싸게 사들인 명태가 시장에 풀리고 있는 상태다.

중국 수출 시장이 열린 영향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명태 수입업체는 대부분 물량을 국내에 풀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중국이 러시아산 명태의 직접 수입을 막자 국내 업체가 수입한 명태를 중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국내 유통 물량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른 영향을 받았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엔 수급 우려가 작용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반적으로 오른 인건비·물류비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명태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명태 수입, 특히 국적선의 명태 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적선은 연 단위로 조업 쿼터를 배정받아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한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로 러시아로 송금이 막힌 상태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영 해수부 원양산업과장은 “국내 원양 산업과 명태 수급에 피해가 없도록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3~4월 중 협상해 5~6월부터 국적선이 러시아해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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