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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통증 3개월 넘으면 인지능력 저하…'이 병' 위험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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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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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이나 암, 허리 통증처럼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이 있을 경우 인지 능력 저하 및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 투이헝 교수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몸 한 곳에 만성 통증이 있는 60대는 학습·기억과 관련이 높은 뇌 부위인 해마의 노화가 통증이 없는 사람보다 1년 빠르게 진행되고 통증 부위가 2곳인 사람은 해마 노화가 2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영국 정부가 40~69세 국민 50여만 명의 유전, 생활습관, 건강정보 등을 조사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 가운데 뇌 사진을 촬영한 1만9000여 명을 분석해 얻은 결과다.

투 교수는 "몸 두 곳에 만성 통증이 있는 60세의 경우 해마 회백질의 부피가 만성 통증이 없는 62세의 해마와 비슷했다"며 만성 통증 부위 수가 늘어날수록 해마의 부피 감소 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몸의 5곳 이상에 만성 통증이 있는 사람은 해마 부피가 통증 부위가 두 곳인 사람에 비해 거의 4배나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화가 최대 8년은 더 많이 진행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만성 통증 부위가 여러 곳인 사람은 통증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인지 능력을 검사하는 11개 과제 중 7개 과제에서 수행 점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통증 부위가 1곳인 사람은 통증이 없는 사람보다 한 개 과제, 즉 미래에 수행할 작업을 기억하는 능력만 떨어졌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자 겸 예방 신경학자로 이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리처드 아이작슨 플로리다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소 박사는 "운동은 인지 저하 및 치매와 싸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며 "여러 부위의 만성 통증을 앓는 사람들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성 통증과 염증의 연관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에 발표된 한 리뷰논문에서는 통증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라는 면역 세포가 신경염증을 일으키도록 해 뇌 연결과 기능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2016년 세계 질병 부담 연구에 따르면 요통(허리통증)은 통증으로 인한 장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고 경추통은 4위 요인이었다. 이 밖에 관절염과 신경손상, 암 통증 등도 통증 장애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연구자들은 세계 인구의 30% 이상이 만성 통증을 앓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꼴인 5000만 명이 지속성 통증을 가지고 있으며, 1100만 명은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돼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주요 활동에 제약을 받는 만성 통증을 앓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작슨 박사는 "사람들에게 만성 통증 상태에 관해 물어보고 통증 전문의의 치료를 받도록 권하는 것이 인지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한 가지 위험 요소 관리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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