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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살인' 韓추방 위기에…"미국이 내 나라" 호소한 美교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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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살인을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재미교포 남성 저스틴 정(Justin Chung). 그는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도중 영주권을 신청할 기회를 놓쳐 한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고, 이에 사면을 청원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미국서 살인을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재미교포 남성 저스틴 정(Justin Chung). 그는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도중 영주권을 신청할 기회를 놓쳐 한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놓였고, 이에 사면을 청원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미국서 살인을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재미교포 남성이 한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놓이자 사면 청원을 하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저스틴 정(Justin Chung, 33)씨는 16세 때 저지른 살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도중 영주권을 신청할 기회를 놓쳤다. 지금은 가석방 명령을 받아 출소했지만, 추방 명령을 받아 모국인 한국으로 쫓겨날 위기다. 정씨는 두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자신의 사연을 최근 팟캐스트 방송,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공개한 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생업으로 바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보니 일탈을 하게 됐고, 고등학교 땐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의 한인 폭력서클에 가입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2006년 8월 LA 인근에서 열린 파티에 폭력서클 동료들과 참석했다가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오해한 또 다른 한인 폭력 서클과 충돌했다. 5명과 패싸움을 벌였고 정씨가 총격을 가해 남성 1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그는 뇌사상태에 빠진 뒤 끝내 숨을 거뒀다.

심지어 수사결과 사망한 남성은 패싸움을 했던 상대 폭력 서클원도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세 때 미국으로 건너온 대만계 미국인으로 사망 당시 농구를 즐기던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피해자는 사건 당일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피해자의 유족은 정씨가 몸담았던 폭력 서클의 보복이 두려워 집을 팔고 동네를 떠났다. 정씨가 있던 서클은 해산됐고 일부는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리고 이듬해 10월,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법원은 정씨가 받던 1급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82년을 선고했다.

사실상 종신형이었지만, 그는 복역 중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인정받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부터 징역 15년형으로 감형받았다. 정씨는 교도소 내 이발사로 봉사하며 재소자들의 머리를 다듬어 줬고, 성경도 공부했다고 한다.

정씨는 14년가량을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법원으로부터 가석방 명령을 받아 2020년 6월 출소했다. 그러나 오랜 수감 생활로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시기를 놓친 정씨는 이내 추방 명령을 받은 뒤 미국 이민국으로 이송됐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맞닥뜨리자 이민국은 전자발찌 부착과 정기적으로 거주지를 보고하는 조건으로 정씨를 풀어줬다. 하지만 정씨는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이민자 신분이다. 현재 그는 캘리포니아 부에나파크의 오네시모 선교회에서 일하며 추방 사면을 호소하고 있다.

정씨는 “진심으로 반성한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피해자와 유족이 받았을 고통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감옥에서 나온 뒤 낙인이 찍히고, 추방 위기에 놓인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상황에 맞서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만일 사면이 된다면 최대한 정직하게 살아가며 지역 사회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면을 호소하는 청원을 올린 상태다. 청원엔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머물고 싶다. 2세 때 와서 30년 동안 산 미국이 내 나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이 청원에는 약 5700명이 동의한 상태다.

피해자의 유족은 반발하고 있다. 유족 측은 “정씨가 추방당하는 것은 우리가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며 “그가 추방되는 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 것에 대한 정당한 결과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면, 그냥 한국으로 가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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