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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회의 할수록 달라졌다"…洪과 느낌 다른 오세훈의 행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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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이해도가 남다르다.”
요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인과 만나는 자리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지방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의 빠른 학습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석에서 곧잘 “짧은 국정 운영에도 윤 대통령이 정책 전반을 완전히 체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2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부시장을 영입했다.”
지난 8일 친윤계가 미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 캠프가 낸 공지다. 지난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돼 오 시장을 보좌했던 송주범 전 부시장을 캠프의 서울시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송 전 부시장은 오 시장이 초선 서울시장(2006~2010년)일 때 시의원을 지냈고, 송 전 부시장이 2020년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하자 오 시장이 직접 후원회장을 맡았던 측근이다.

#.3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말렸다.”
지난달 30일 오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한 사실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문제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던 지난달 16일 오 시장과 독대 만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이번에 좀 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오 시장은 나 전 의원에게 “현명하게 잘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잠재적 대권 주자인 오 시장의 최근 행보다. 다른 대권 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처럼 드러내놓고 윤 대통령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 시장이 윤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이자 이준석 전 대표와도 가까워 비교적 비윤 이미지가 있는 오 시장의 변화는 여러 측면의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오 시장 측근 그룹에선 우선 “윤 대통령과 거듭 회의를 같이하면서, 오 시장의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 본인이 4선 시장을 하며 느낀 점과 윤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서 여러 공통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 디지털 수석 자리를 신설하는 등 오 시장이 심혈을 쏟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감대가 특히 높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말미에 늘 과학기술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오 시장은 “윤 대통령이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등 과학 기술을 자유롭게 말하면서도 일관된 철학이 관통한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과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저서 『미래』를 발간하는 등 과학 기술 분야에 오래 관심을 가져왔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국무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국정 중간 평가로 바라보는 차기 총선에서 압승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절대다수의 수도권 의석이 더불어민주당에 있는 상황에서 차기 총선 승리는 곧 수도권 승리를 의미한다”며 “수도권 승리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이 굳이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으로서 당장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보전금 등 중앙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변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선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현실적인 행보”라는 반응도 나온다. 오 시장이 전국적 인지도에 비해 당내 세력이 적다는 점도 주류인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이유로 거론된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실에선 수도권 상징성이 큰 오 시장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오 시장도 이참에 비윤 이미지를 떨쳐내 당내 입지를 다지려 할 것”이라며 “오 시장이 대통령과 보폭을 맞춰가는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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