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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전술핵’ SRBM 쐈다, 미국 이어 남한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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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한·미의 공중 연합훈련에 초대형 방사포로 맞대응했다. 이례적으로 발사 직후 미사일 종류는 물론 ‘전술핵’을 거론하며 한국의 공군기지를 겨냥했다는 등 목적까지 명확히 밝혔다.

20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7시11분까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포착했다. 합참 발표 직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서부전선 장거리 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아침 7시 방사포 사격훈련에서 600㎜ 방사포를 동원해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395㎞와 337㎞ 떨어진 동해의 가상 표적으로 두 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SRBM이라는 합참 발표에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초대형 방사포라고 추가 설명을 덧붙인 셈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초대형 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유도 기능과 궤적 등이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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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훈련을 진행” 했으며 “동해상으로 두 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훈련을 진행” 했으며 “동해상으로 두 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은 “적의 작전비행장당 1문, 네 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며 “지난해 12월 말 진행된 증정식 행사에서 네 발의 폭발 위력으로 적의 작전비행장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게 초토화할 수 있다는 확고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훈련이 한국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초대형 방사포 이동식 발사대(TEL) 1대에는 네 발의 초대형 방사포가 들어간다. 또 해당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약 400㎞로 추정되는데, 군사분계선(MDL)과 가까운 지역에서 쏠 경우 공군의 최남단 기지인 경남 사천까지 닿을 수 있다. 공군의 전국 12개 기지를 겨냥해 TEL을 각각 1대씩, 모두 48발을 배치해 뒀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북한이 쏜 방사포 두 발의 거리를 발사 지점인 숙천으로부터 남쪽으로 늘려보면 청주 공군기지와 군산 미 공군기지 사이에 떨어진다. 이들 장소는 전날 한국 공군의 F-35A, 미 공군의 F-16 등이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를 호위하기 위해 출격한 곳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한·미의 전략자산 출격 원점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미국, 남조선 연합공군 역량에 대한 인민군대의 철저한 억제 준비 태세와 대응 의지가 남김없이 과시됐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발표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를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주장했지만, 합참은 북한의 기술 수준이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군 관계자는 “현재 초대형 방사포에 핵을 탑재하는 건 제한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초대형 방사포에 맞게 핵탄두를 소형화하려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선 전술핵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예상이다.

군 내부에선 전술핵이 아닌 이상 네 발의 방사포로 공군기지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북한 발표는 믿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북한이 수십 발의 집속탄을 넣은 방사포로 공군기지를 타격하더라도, 전투기 격납고는 어지간한 충격에도 견디는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고 활주로는 긴급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초토화할 수 없다. 북한이 유사시 화학무기로 공군기지를 오염시켜 전투기 가동을 최대한 늦추려는 전술을 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김 실장 외에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임종득 2차장과 관계 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보고받은 뒤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제재 회피와 관련한 개인 4명과 기관 5곳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제재 대상으로 추가된 개인과 기관은 그간 해외에서 대북제재 물자나 유류 등을 확보해 북한으로 공급해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개인 4명은 북한 국적인 리성운, 김수일, 이석과 남아공 국적의 암첸체프 블라들렌 등이다. 기관으로는 송원선박회사, 동흥선박무역회사, 대진무역총회사, 싱가포르 트랜스아틀란틱파트너스, 싱가포르 벨무어매니지먼트 등 5곳이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결정은 윤석열 정부 들어 네 번째 이뤄진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다. 이번 제재로 한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개인 31명과 기관 35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시험한 지 얼마 안 된 ICBM과 함께 이번 발사는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며, 이웃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한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방위 약속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 동시 추진) 사고와 단계적·동시 행동 원칙에 입각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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