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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이 된 스마트폰, 분실하면 악몽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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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휴대폰을 빌미로 나미(사진 가운데)를 협박하는 범인(위 사진)은 단정한 외모로 피해자를 방심시킨다. 영화 ‘서치2’에선 10대 소녀(아래 사진) 디지털 정보로 해외에서 실종된 엄마를 찾아 나선다. [사진 넷플릭스, 소니 픽쳐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휴대폰을 빌미로 나미(사진 가운데)를 협박하는 범인(위 사진)은 단정한 외모로 피해자를 방심시킨다. 영화 ‘서치2’에선 10대 소녀(아래 사진) 디지털 정보로 해외에서 실종된 엄마를 찾아 나선다. [사진 넷플릭스, 소니 픽쳐스]

주운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를 심은 뒤 폰 주인의 일상을 감시·감청하며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폰 주인이 해고당하게 한다.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나미(천우희)가 버스에 스마트폰을 두고 내린 뒤 보는 피해다. 천우희·임시완 주연의 범죄 스릴러 ‘스마트폰을…’이 출시 사흘째인 19일 넷플릭스 세계 2위(영화 부문, 플릭스패트롤 20일 집계 기준)에 올랐다.

오는 22일에는 다니엘 헤니가 FBI 수사관으로 출연한 미국 영화 ‘서치 2’가 개봉한다. 아빠가 SNS를 이용해 실종된 10대 딸을 찾는 과정을 컴퓨터 화면 이미지만으로 구성해 흥행한 ‘서치’(2018)의 속편이다. 이번에는 10대 딸이 해외에서 실종된 엄마를 미국 집 거실에서 디지털 정보를 동원해 찾아 나선다. 지난달 개봉한 북미에선 한 달 내내 흥행 10위 안에 들며, 전편을 앞지른 2996만 달러(약 388억원) 매출을 올렸다.

스마트폰의 시대. 디지털 범죄의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심각해지는 디지털 범죄 등 최첨단·초연결 사회의 그늘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보는 이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공포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을…’은 동명의 일본 영화(2018)로도 만들어진 동명 소설을 한국 상황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신인 김태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버스에 스마트폰을 두고 내린 이후 개인정보가 도용돼 일상이 붕괴하는 과정을 그렸다. “새로움이 없다”(뉴욕타임스) 등 사건 전개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가 67%에 그쳤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당장 스마트폰을 끄고 싶을 만큼 현실 공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범인(임시완)이 나미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폰 렌즈를 감시카메라처럼 쓰며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상황이 소름 끼친다. 나미가 제품 홍보를 위해 쓰던 SNS 계정을 범인이 도용해 회사가 도산 지경에 이르는 것도 바이럴 광고의 영향력이 커진 요즘은 있을 법한 일로 느껴진다.

‘서치 2’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Z세대의 독특한 디지털 추적 방식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주인공인 10대 소녀 준(스톰 리드)은 애인과 콜롬비아로 여행 간 엄마가 실종되고 경찰 수사마저 더디자, 직접 ‘랜선 탐정’으로 나선다. 노트북·스마트폰·CCTV 등 준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화면이 스크린을 꽉 채워 추적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느낌이다. 이는 1편의 편집 방식을 계승한 것인데, 1편 편집 감독 니콜라스 D. 존슨과 윌 메릭이 2편에선 연출까지 맡았다.

준은 엄마가 묵은 호텔과 현지 관광지 CCTV를 인터넷으로 뒤져 엄마와 애인의 동선을 확인한다. 엄마의 데이트앱 채팅 기록을 통해 애인과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캐낸다. 의심했던 인물들의 정체가 뜻밖이고, 또 다른 과거가 드러나며 반전을 거듭한다.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노트북에 뜨는 보안 카메라 창은 긴장감을 더한다.

다니엘 헤니

다니엘 헤니

인터넷 검색만으로 가능한가 싶은 놀라운 설정은 공동 프로듀서 겸 각본가 아니시 차간티가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일하며 알게 된 내용을 녹여낸 것이다. 준이 콜롬비아 현지의 FBI 수사관 박(다니엘 헤니)과 별도로 현장 확인을 위해 현지 주민을 고용할 때 쓴 앱은 해외에서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태스크래빗’이다. 부모 세대가 주인공이었던 1편과 달리, 2편의 10대 주인공은 훨씬 많은 앱을 훨씬 능숙하게 사용한다.

넷플릭스로도 출시된 영국 BBC 드라마 ‘레드 로즈’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둘러싼 10대들의 사망 사건을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로도 출시된 영국 BBC 드라마 ‘레드 로즈’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둘러싼 10대들의 사망 사건을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두 영화뿐 아니라, 지난해 BBC 방영 후 넷플릭스에 출시된 영국 드라마 ‘레드 로즈’는 10대 주인공들이 스마트폰에 의문의 앱을 설치하면서 연쇄 사망하는 사건을 그렸다. 디지털 범죄 등 초연결 사회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스마트폰 소재 스릴러가 늘어나는 것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스마트폰이 사회적 존재로서 한 개인을 대체할 만한 ‘분신’이 되면서 일상의 공포를 자극하는 스릴러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컨스피러시’ 등 과거 음모론 영화가 거대 권력에 의해 한 개인이 추적당하고 파멸되는 위협을 그렸다면, 최근의 스마트폰 소재 영화는 개인이 그런 위협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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