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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더” 속초의료원 응급실 의사 연봉 4억원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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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10일 강원도와 설악권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속초의료원 응급실 정상화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강원도와 설악권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속초의료원 응급실 정상화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속초의료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 축소 운영이 장기화하고 있다. 결국 속초의료원은 의사 연봉을 4억원대로 제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20일 속초의료원 누리집(홈페이지)에는 ‘응급의료센터 축소운영’ 안내문과 함께 2월 한 달간 월·화·수요일 주·야간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다.

속초의료원은 공석인 응급실 전문의 3명을 뽑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연봉은 기존 응급실 전문의가 3억원가량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6일까지 진행된 1차 채용에 지원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지원자가 없자 의료원은 2차 채용 공고를 올리고 연봉 상한선도 4억2000만원까지 책정했다. 2차 채용은 21일까지 진행한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지난달 말 그만뒀다. 응급실의 또 다른 의사 1명도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할 예정이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2차 채용 공고가 진행 중인 현재 1명이 지원한 상태”라며 “3명을 채우지 못하면 3차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방의료원 의사 이탈 속출이 연봉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 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2021년 기준 지방의료원 봉직의 평균 연봉은 약 2억3783만원이다. 속초의료원은 2억7274만원으로 연봉 평균치를 웃돈다.

의료계에선 지방의료원 전문의가 줄줄이 퇴사하는 원인으로 수도권보다 열악한 생활환경을 꼽는다. 근무환경이나 자녀 교육과 같은 정주 여건 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봉만 올린다고 의사들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정주 여건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지원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중소 도시도 의료시스템을 갖추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은 시·군 보건소장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보건소장이 공석인 지역은 양양·고성·평창·태백 등 4곳이다. 고성군은 지난달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고성군의 경우 보건소장을 지역보건법에 따라 의사면허 소지자 중에서 채용하게 돼 있는데 4급(서기관) 상당의 임금을 받고 보건소장직을 맡겠다는 지원자가 없는 실정이다.

당초 고성군은 내부 인사를 통해 5급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했는데 지난해 10월 보건소장 직급이 4급으로 상향되고 ‘의사 면허가 있는 자’로 자격 규정이 바뀌면서 채용에 진통을 겪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군청 사이트에 공지하고 대한의사협회에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태백시도 지난달부터 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양양군은 지난달 16일 보건소장 퇴임 후 공고를 올린 뒤 20일부터 서류신청을 받는 중이다.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은 지난해 6월 기존 보건의료원장이 퇴직한 뒤부터 공석이다. 평창군은 지난달 1차 모집을 진행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2차 모집 공고에서 2명이 지원, 그중 1명을 선발해 임용절차를 진행 중이다.

평창군 관계자는 “보건소 의료진까지 확보하지 못하면 농촌 지역 의료 체계는 붕괴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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